[뉴팬데믹! 가짜뉴스] ⑮"독자는 판단능력, 플랫폼은 대응시스템 키워야"(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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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신문·방송 등 전통 미디어, 역할 제대로 하는지 성찰해야"
"플랫폼 사업자는 AI로 만든 가짜뉴스 거를 필터링 장치 갖춰야" '아이를 둘러업고 가자지구 잔해를 빠져나오는 아버지, 하마스의 공습 직후 병원에 이송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박격포로 이스라엘 헬리콥터를 격추하는 하마스…'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올린 이 영상과 사진은 모두 가짜다. 비디오 게임에서 연출된 장면을 이용하거나, 다른 사진을 합성해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제작한 것이다.
이처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국면에서도 가짜뉴스가 극에 달하면서 'SNS에서 쏜 허위 조작정보 한 방이 폭탄보다 위력이 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스라엘의 한 모니터링 기관에 따르면 이번 전쟁 관련 SNS 계정 5개 중 1개는 가짜다. 자극적인 가짜뉴스는 사실을 검증할 겨를도 없이 퍼다 나르기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며 많은 조회수를 올린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해 수용자는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키우고, '레거시 미디어'는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진짜 같은 가짜뉴스가 느는 만큼, 이를 예방·차단하기 위한 대응 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 "비판능력 키우도록 '미디어 리터러시' 공교육해야"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허위 정보로부터 독자와 시청자를 보호하기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독해력) 교육은 필수"라며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판단하고, 어떤 근거에 기반해 논리를 펴는지 스스로 고민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뉴스 이용자가 콘텐츠를 비판 없이 수용하는 것으로 끝날 게 아니라 기사에서 내세운 취재원은 누구이며, 자료에 왜곡은 없었는지 판단하고, 기조가 다른 미디어와 비교·분석하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를 공교육 과정에 포함해야 한다"며 "청소년 시절부터 부모와 함께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훈련을 통해 분석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미디어 리터러시 법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 학년을 대상으로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는 '가짜뉴스 신속 대응 자문단' 일원인 양선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도 교육의 중요성에 동의했다.
양 교수는 누구나 뉴스 콘텐츠를 송출할 수 있는 시대가 온 만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더 나아가 '저널리즘 리터러시' 교육을 확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가짜 뉴스를 '마녀사냥'하듯 때려잡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할 것이 아니라, 교육에 방점을 두고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양질 콘텐츠가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저질 콘텐츠가 설 자리가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과 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가 '직접 취재해서 기사를 쓴다'는 저널리즘 기본 원칙을 재정립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재경 이화여대 저널리즘 교육원장은 "세상에 '제대로 만든 뉴스'가 존재한다는 인식을 대중이 다시 갖게 되면 가짜뉴스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며 "가짜뉴스 근절 방안을 찾을 게 아니라, 기성 미디어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성찰할 때"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모든 현상을 직접 확인하고 검증하겠다는 자세로 뉴스를 만드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적어도 주요 언론만이라도 최고의 품질을 갖춘 뉴스를 독자에 공급하겠다는 자세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날로 활개 치는 가짜뉴스…"네이버 등 플랫폼, 필터링 장치 갖춰야"
인공지능을 이용한 가짜뉴스가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이에 대응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짜뉴스 근절을 위해 최근 출범한 시민단체 바른언론시민행동의 오정근 공동대표는 "언론사별로 가짜뉴스를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동시에 가짜뉴스 아카이브 공간을 만들어 제작자에게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바른언론시민행동 홈페이지에 이를 기록한 페이지를 운영한 결과 가짜뉴스 빈도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김덕진 IT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은 "기술적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가짜뉴스를 완벽하게 걸러내긴 힘들다"면서도 "플랫폼 사업자가 관련 모니터링단을 늘리고, 가짜뉴스 노출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욕설을 쓴 댓글을 제한하는 기능이 허술했지만, 현재는 형태소 분석 기술 등을 도입하면서 진화하지 않았느냐"며 "가짜뉴스 필터링 시스템도 꾸준한 연구 과정을 통해 '노하우'를 쌓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AI연구센터장은 "제작자나 유포자가 '인공지능 기술 콘텐츠'라는 사실을 의무적으로 밝히도록 해야 한다"며 "네이버와 다음 등 플랫폼 사업자는 이를 위해 이용 약관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콘텐츠에 워터마크를 삽입하도록 한 내용이 담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선례로 들었다.
앞서 알파벳(구글 모회사),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오픈AI 등 미국의 주요 인공지능 기업도 이러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김 센터장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공지능 콘텐츠에 문제가 생길 시 포털과 제작사 등에 책임을 묻겠다는 기조"라며 "국내 포털 사이트 등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맞춰서 운영 방식 등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플랫폼 사업자는 AI로 만든 가짜뉴스 거를 필터링 장치 갖춰야" '아이를 둘러업고 가자지구 잔해를 빠져나오는 아버지, 하마스의 공습 직후 병원에 이송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박격포로 이스라엘 헬리콥터를 격추하는 하마스…'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올린 이 영상과 사진은 모두 가짜다. 비디오 게임에서 연출된 장면을 이용하거나, 다른 사진을 합성해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제작한 것이다.
이처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국면에서도 가짜뉴스가 극에 달하면서 'SNS에서 쏜 허위 조작정보 한 방이 폭탄보다 위력이 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스라엘의 한 모니터링 기관에 따르면 이번 전쟁 관련 SNS 계정 5개 중 1개는 가짜다. 자극적인 가짜뉴스는 사실을 검증할 겨를도 없이 퍼다 나르기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며 많은 조회수를 올린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해 수용자는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키우고, '레거시 미디어'는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진짜 같은 가짜뉴스가 느는 만큼, 이를 예방·차단하기 위한 대응 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 "비판능력 키우도록 '미디어 리터러시' 공교육해야"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허위 정보로부터 독자와 시청자를 보호하기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독해력) 교육은 필수"라며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판단하고, 어떤 근거에 기반해 논리를 펴는지 스스로 고민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뉴스 이용자가 콘텐츠를 비판 없이 수용하는 것으로 끝날 게 아니라 기사에서 내세운 취재원은 누구이며, 자료에 왜곡은 없었는지 판단하고, 기조가 다른 미디어와 비교·분석하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를 공교육 과정에 포함해야 한다"며 "청소년 시절부터 부모와 함께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훈련을 통해 분석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미디어 리터러시 법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 학년을 대상으로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는 '가짜뉴스 신속 대응 자문단' 일원인 양선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도 교육의 중요성에 동의했다.
양 교수는 누구나 뉴스 콘텐츠를 송출할 수 있는 시대가 온 만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더 나아가 '저널리즘 리터러시' 교육을 확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가짜 뉴스를 '마녀사냥'하듯 때려잡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할 것이 아니라, 교육에 방점을 두고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양질 콘텐츠가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저질 콘텐츠가 설 자리가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과 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가 '직접 취재해서 기사를 쓴다'는 저널리즘 기본 원칙을 재정립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재경 이화여대 저널리즘 교육원장은 "세상에 '제대로 만든 뉴스'가 존재한다는 인식을 대중이 다시 갖게 되면 가짜뉴스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며 "가짜뉴스 근절 방안을 찾을 게 아니라, 기성 미디어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성찰할 때"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모든 현상을 직접 확인하고 검증하겠다는 자세로 뉴스를 만드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적어도 주요 언론만이라도 최고의 품질을 갖춘 뉴스를 독자에 공급하겠다는 자세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날로 활개 치는 가짜뉴스…"네이버 등 플랫폼, 필터링 장치 갖춰야"
인공지능을 이용한 가짜뉴스가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이에 대응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짜뉴스 근절을 위해 최근 출범한 시민단체 바른언론시민행동의 오정근 공동대표는 "언론사별로 가짜뉴스를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동시에 가짜뉴스 아카이브 공간을 만들어 제작자에게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바른언론시민행동 홈페이지에 이를 기록한 페이지를 운영한 결과 가짜뉴스 빈도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김덕진 IT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은 "기술적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가짜뉴스를 완벽하게 걸러내긴 힘들다"면서도 "플랫폼 사업자가 관련 모니터링단을 늘리고, 가짜뉴스 노출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욕설을 쓴 댓글을 제한하는 기능이 허술했지만, 현재는 형태소 분석 기술 등을 도입하면서 진화하지 않았느냐"며 "가짜뉴스 필터링 시스템도 꾸준한 연구 과정을 통해 '노하우'를 쌓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AI연구센터장은 "제작자나 유포자가 '인공지능 기술 콘텐츠'라는 사실을 의무적으로 밝히도록 해야 한다"며 "네이버와 다음 등 플랫폼 사업자는 이를 위해 이용 약관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콘텐츠에 워터마크를 삽입하도록 한 내용이 담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선례로 들었다.
앞서 알파벳(구글 모회사),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오픈AI 등 미국의 주요 인공지능 기업도 이러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김 센터장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공지능 콘텐츠에 문제가 생길 시 포털과 제작사 등에 책임을 묻겠다는 기조"라며 "국내 포털 사이트 등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맞춰서 운영 방식 등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