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도 '美 중심주의'…관세 폭탄에 친환경 정책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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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재선 공약 분석해보니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공약인 ‘아젠다 47’의 핵심은 미국 중심주의다. 경제 정책 면에선 자국 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에 비해 자국 중심주의의 강도가 세지고 방법은 더 구체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 정책은 '중국 견제' 초점
보복관세·보조금 제한 등 추진
원전 등 고효율 에너지 확대
車 연비·전기차 판매 규제 철폐
해외참전 축소…러와 갈등 완화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 나설것"
상대국 수준으로 관세율 인상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 강화’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상호무역법’을 제정해 외국산 제품 관세율을 대폭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인도와 중국 등이 미국산 제품에 100%, 200%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도 ‘눈에는 눈’으로 똑같이 맞대응할 것”이라며 ‘보복관세’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과 유럽연합(EU)의 평균 관세율은 미국보다 각각 341%, 50% 높다”며 “세계 평균 관세율은 미국의 두 배가 넘는다”고 주장했다.보수적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미국 무역 품목 중 67%(46만7015개)에서 해외 관세율이 미국 관세율보다 높다고 집계했다. 이어 헤리티지는 중국 인도 EU 대만 베트남 태국 등을 대미 무역적자가 크고 평균 관세율 격차가 큰 국가로 꼽았다. 한국은 2012년 미국과 FTA를 체결해 대부분 품목에서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원자력·석유·천연가스 생산 확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에너지 정책 대전환도 예고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중심에서 벗어나 에너지 효율 우선으로 기준을 바꾸겠다고 했다.우선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자동차 연비 규제 및 전기차 의무 판매 규제를 철폐할 방침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완성차 업체별로 판매한 차종 평균 연비가 일정 기준치(기업평균연비규제·CAFE)보다 낮으면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현재 신차의 5.8% 수준인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32년까지 67%로 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재가입한 파리협정을 재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늘리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방침에 제동을 걸 예정이다. 풍력과 태양광 대신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원자력과 전통적 석유, 천연가스 생산을 늘리겠다는 방향을 세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와 전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제목의 영상에서 “2019년 미국의 원전 생산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원전 석유 천연가스 생산을 늘리면 미국은 세계 최저 에너지 비용 국가가 돼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배터리로 불똥 튀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부터 강조해온 중국 견제 방침을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자동차산업을 살리고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계획’이라는 영상에서 “중국 전기차 배터리 회사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보조금을 받으려 하고 있다”며 “미국의 세금이 중국 회사에 지급되는 흐름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IRA 보조금이 중국 회사에 유입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도록 관련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일 중국 정부 지분율이 25%를 넘는 배터리 합작사를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외국우려기업(FEOC)으로 지정했는데 이런 기준을 대폭 손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기업과 합작사를 세운 한국 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CNN은 “‘아젠다 47’ 등을 종합해보면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이전보다 급진적이며 전례 없는 방식으로 행정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미국 국익을 우선시하는 외교 정책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일어나지 말아야 했고 무분별한 죽음을 끝낼 때가 한참 지났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