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해 병 고치는 시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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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DA, 유전자 가위 치료법 첫 승인유전자 돌연변이를 정상 유전자로 바꿔 선천성 희소 질환을 영구적으로 치료하는 시대가 열렸다. 미국 생명공학 회사 크리스퍼테라퓨틱스와 버텍스파마슈티컬스의 희소 혈액질환 치료제 ‘카스게비’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으면서다. 첫 유전자 편집 치료제가 상용화되면서 난치병 치료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희귀 혈액질환 치료제 '카스게비' 상용화…새 이정표
원하는 부위 잘라내 부작용 최소…항암제에도 활용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8일 카스게비를 시판 허가했다고 발표했다. 카스게비는 겸상 적혈구 빈혈증이라는 희소 질환 치료제다. 태어날 때부터 갖게 된 유전자 돌연변이 탓에 원반 모양인 적혈구가 낫과 같은 초승달 모양으로 바뀌는 병이다. 환자는 뇌출혈, 신장·심장질환 등을 합병증으로 앓는다. 미국에서만 약 10만 명이 이 질환의 영향을 받지만 주기적으로 수혈받는 것 외에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이런 환자가 카스게비로 한 번만 치료받으면 평생 수혈과 부작용 부담 없이 살 수 있다.치료제 개발에는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쓰였다. 이 기술을 활용해 상용화에 성공한 첫 치료제다. 미국에 앞서 지난달 16일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이 세계 처음으로 이 약의 사용을 승인했다.
크리스퍼는 1세대 징크핑거, 2세대 탈렌에 이은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로 꼽힌다. 이전 세대 기술에 비해 원하는 유전자만 높은 정확도로 잘라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의약품 개발에 ‘가장 이상적인’ 유전자 가위 기술로 꼽혔다.
희소 질환 치료제 개발을 시작으로 암, 만성질환 치료제 등 추가 치료제 개발이 이어질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봤다. 유전자 편집 치료는 기존 화학요법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 특허를 보유한 김진수 싱가포르국립대 의대 교수는 “사람의 유전자(DNA)를 고쳐 질병을 치료하게 된 첫 사례”라며 “항암제 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활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