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대박' 콘텐츠에 있는 한가지 공통점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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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면 죽는다1분 남짓의 ‘숏폼’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길면 보지 않고 읽지 않는다. 매일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지고, 지루함에 대한 사람들의 인내심은 점점 줄어든다. 그 짧은 순간에도 자극점을 찾는다.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도파민에 중독됐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현실에 살고 있다.
조나 레러 지음
이은선 옮김
윌북
316쪽 / 1만9800원
수없이 많은 영상이 튀어나오는 와중에도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콘텐츠가 있다. 한 번 보고 잊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 화제가 되는 이유가 뭘까.신간 <지루하면 죽는다>를 쓴 미국 작가 조나 레러는 그 답으로 ‘미스터리’를 꼽았다. 도파민을 가장 크게 자극하는 건 뜻밖의 놀라움과 미지의 무언가라는 것이다. 미스터리는 책의 원제이기도 하다.전작인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에서 뇌과학을 바탕으로 예술가들의 작품과 창작의 비밀을 분석한 그는 이번엔 심리학과 뇌과학을 접목해 콘텐츠를 위한 ‘매혹의 법칙’을 제시했다. 2015년 만 세 살의 나이로 유튜브를 처음 시작해 현재 36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라이언 토이스리뷰’는 ‘서프라이즈 에그’를 등장시키며 인기를 얻었다. 라이언이 매장에서 장난감을 구입해 ‘언박싱’하는 영상만 올렸다면 수많은 유튜버 중 한 명에 머물렀을지 모른다.
하지만 라이언의 엄마는 색다른 시도를 하기로 했다. 종이로 제작한 거대한 달걀에 수십 개가 넘는 장난감 자동차를 담아 라이언에게 선물했다. 라이언이 포장을 뜯고 그 안에서 장난감을 하나씩 꺼내 갖고 노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이 영상은 10억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이 콘텐츠의 성공 요소 역시 미스터리다. 어떤 장난감이 들어 있는지, 다음에는 뭐가 나올지 모르는 수수께끼 같은 내용으로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저자는 “선명한 것은 금세 지루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셰익스피어, 비틀스, 해리포터 등 시대를 뛰어넘어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들이 어떻게 모호한 전략을 사용했는지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상상력 증폭시키기, 규칙 깨부수기 등 다섯 가지 미스터리 전략을 도출해냈다.
그렇다고 단순히 비밀을 많이 심고, 새로워 보이는 스타일을 마구잡이로 시도하라는 건 아니다. 미스터리 전략의 핵심은 ‘균형’에 있다. 콘텐츠 홍수 시대 속에서 ‘나의 콘텐츠는 왜 주목받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비밀이 많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충분한 답이 될 만한 책이다.
이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