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자산 보유 연장수단으로 각광 받는 '컨티뉴에이션 펀드'

한경 CFO 인사이트
이슈 분석

고금리 시대 급부상하는
PE시장 컨티뉴에이션 펀드

기존 사모펀드 운용사 유지한 채
우량 자산을 신규 펀드로 이전
자산가치 하락시 유용하게 활용

금리인상에 거래 비중 급격히 증가
2021년 세컨더리 거래의 50% 차지

운용사는 자산가치 극대화 가능
출자자는 신규 자본 확보 잇점

국내선 한앤컴퍼니가 작년 첫 결성
골드만삭스·국내 연기금 참여

건전한 회수 수단으로 자리잡으려면
운용사의 이해상충 해결이 중요
Getty Images Bank
글로벌 긴축으로 자본시장 내 투자와 회수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IPO(기업공개)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존 GP(General Partner·운용사)들은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펀드의 우량 포트폴리오를 낮은 가격에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기보다 새로운 펀드로 이전해 장기 보유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시장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우량 자산을 저평가된 가격에 매각하는 것보다 적절한 시기에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 방편으로 PE 시장에서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부상하고 있다.

○부실 자산에서 우량 자산으로 활용처 확대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기존 사모펀드의 GP를 그대로 유지하고, 기존 펀드가 보유한 우량한 자산이나 기업을 신규 펀드로 이전해 투자하는 전략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GP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GP 주도형 전략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보유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아 매각가 대비 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한 경우 활용된다. 수익 실현이 어려운 부실화된 사모펀드(PEF)를 구조조정하는 용도로 사용된 탓에 ‘구조조정 펀드’(펀드 리캐피털리제이션)로도 불렸다.
최근엔 보유 기업의 잠재력이 높고 수익 창출 가능성이 높을 때도 활용처가 확대됐다. GP와
LP가 우량 자산의 투자를 지속하고 싶을 때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LP들의 출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기존 펀드의 투자 성과를 이어갈 수 있고 투자자의 투자 기간을 확대할 수 있는 이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GP 주도형 거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배경에도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있다. 2018년 기준 GP 주도형 거래는 240억달러로 전체 세컨더리 시장에서 차지했던 비중은 32%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1년에는 630억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세컨더리 거래 비중의 50%까지 상승했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GP와 LP 모두에게 다양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GP 측면에선 우량한 투자자산에 대한 보유기간을 연장함으로써 자산가치를 극대화할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LP투자자를 모집함으로써 신규 자본을 확보하고 장기적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LP투자자 측면에서는 사전 설정된 가격으로 투자를 현금화하거나 보유 지분을 유지하며 신규 펀드로 투자를 지속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GP와 마찬가지로 우량 자산이나 기업의 미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충분한 투자기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펀드 관리 보수체계나 수익 메커니즘 등을 포함한 새로운 펀드 운영 조건을 GP와 협상할 수 있다. 이미 검증된 안전 자산이나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LP투자자뿐만 아니라 신규 LP투자자에게도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국내는 도입기…이해상충 해결 관건

글로벌 시장에서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회수전략의 하나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블랙스톤은 2016년 결성된 펀드의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바이오메드 리얼티’에 대한 보유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2020년 10월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결성했는데, 11월 146억달러에 매각을 완료했다. 이 거래로 투자자들은 약 65억달러의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국내에선 그동안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전무했다. 그러나 2022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쌍용C&E에 대한 재투자를 목적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인 1조9000억원가량의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결성했다. 골드만삭스와 국내 연기금 등이 참여했고 글로벌 세컨더리 투자 특화 운용사인 콜러캐피털이 새로운 투자자로 합류했다. 이 사례는 국내에서도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국내에서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투자금 회수를 위한 건전한 축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GP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컨티뉴에이션 펀드 거래에서 GP는 기존 펀드의 매도자이자 신규 펀드의 매수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자칫 매도자로서 기존 펀드의 이익을 우선해 신규 펀드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반대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LP투자자는 GP가 선정한 자문사와 별도로 LP의 입장과 이익을 대변하는 독립적인 제3자 자문사를 선정하고, 기초자산 밸류에이션을 포함해 거래 전반에 대한 공정성을 검토함으로써 LP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 GP 또한 LP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신의성실 의무를 다하고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내 PE시장에도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차익실현 기회를 이연하는 유용한 수단 중 하나라는 인식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손호승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 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