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뛰고' , 다이아 '추락'…귀금속 가격 희비 엇갈린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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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가 밀어 올린 금값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귀금속 금과 보석 다이아몬드의 가격 추이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달러 약세가 예상되면서 금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다이아몬드 가격은 인조 다이아몬드인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등장으로 추락하고 있다.
최근 온스당 2100달러 최고가
러 등 전쟁 영향에 안전자산 선호
중앙銀 매입정책도 상승 촉매제
인조 제품에 기 꺾인 다이아몬드
경기 침체 우려에 사치 소비 감소
작년 고점대비 가격 지수 25% ↓
인조 다이아 등장도 하락 부채질
○美 달러 약세에 금 사상 최고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상반기 트로이온스당 1200달러에 거래된 금값은 최근 2100달러 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4년 동안 75%가량 올랐다. 지난 3일 금 현물의 장중 최고 거래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2136.36달러였다. 종전 최고 가격은 2020년 8월 7일 기록한 장중 최고치인 2072.5달러였다. 이후 금 가격은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세계 주요국이 앞다퉈 유동성을 공급하고 시장금리가 제로(0)에 가깝게 떨어지자 금값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2022년부터 미국이 기준금리를 끌어올린 이후 잠시 급락한 금값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전자산 선호에 힘입어 다시 올랐다.
최근 금 가격이 치솟은 건 미국 달러 약세 영향이 컸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과 미국 달러화는 서로 대체 관계여서 통상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도 지정학적인 우려를 키우면서 안전자산인 금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또한 미국이 러시아를 달러화 결제망에서 퇴출하는 경제 제재를 단행하자, 미국과 갈등을 빚어온 중국 등 국가의 중앙은행이 자산 다각화를 위해 금을 사 모으며 금 수요를 떠받쳤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올해 1~9월 800t으로 1년 전보다 14%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금 매입 1위를 차지한 중국 인민은행은 12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금협의회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중앙은행의 24%가 향후 12개월 이내에 금 보유량을 늘릴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부채 급증으로 달러화와 미 국채에 대한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중앙은행들이 금을 더 사 모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트 멜렉 TD증권 상품전략 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24년 2분기에 금값이 평균 2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앙은행의 강력한 매입이 가격 상승의 주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조 등장에 천연 다이아 울상
보석의 왕으로 불리는 다이아몬드 가격은 올해 들어 두 자릿수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도매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연마된 다이아몬드 가격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약 20% 하락했다. 절단되지 않은 원석 형태의 다이아몬드 가격은 35%나 폭락했다. 다이아몬드 전문 애널리스트인 폴 짐니스키는 이달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자체적으로 집계하는 글로벌 러프 다이아몬드 가격 지수가 연초 대비 15.7% 하락했다고 밝혔다. 2022년 1분기 고점 대비로는 25% 폭락했다.다이아몬드 가격은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자들이 사치품 소비를 줄이면서 타격이 컸다는 분석이다. 특히 실험실에서 제조된 인조 다이아몬드인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보편화하면서 가격도 하락했다.천연 다이아몬드 대비 인조 다이아몬드 판매 비중은 2020년 2.4%에서 올해 초 9.3%까지 급등했다. 투자은행(IB) 리버럼캐피털은 물량 기준으로는 인조 다이아몬드 판매 비중이 25~35% 수준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연말 다이아몬드 소비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겨울은 약혼 성수기고, 크리스마스와 밸런타인데이에 일반적으로 다이아몬드 수요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짐니스키 애널리스트는 “지난 8주 동안(12월 2일까지) 다이아몬드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며 “그동안 하락세에서 기술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주요 7개국(G7)의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수입 금지 조치가 미칠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G7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비산업용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수입을 다음달부터 금지하기로 이달 6일 결정했다. 러시아는 2021년 기준 40억달러(약 5조3200억원)어치의 다이아몬드를 수출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다이아몬드 채광기업을 경제 제재 대상에 포함하면서 공급 차질로 다이아몬드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