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지원, 母회사 신용보강, 월이자지급…A급 비우량채도 '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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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비율 500% CJ CGV막바지 자금 조달에 나선 A급 기업들이 투자 수요 확보를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도를 극복하기 위해 KDB산업은행 지원, 모회사의 신용보강, 월이자 지급식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산은 지원에 목표물량 확보
모회사 덕본 롯데오토리스
신용도 높여 주문액 모두 소화
월이자 지급한 롯데손해보험
리테일 시장서 개인에 팔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 CGV는 지난 7일 열린 20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000억원 규모의 매수 주문을 확보했다. 당초 ‘A-’급 신용도를 확보한 CJ CGV는 3년 만에 도전한 공모채 발행에서 미매각 우려가 컸다. 부채비율이 500%대에 달하는 데다 영화관 관객 수요 회복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산업은행의 지원 사격으로 목표 물량을 모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인수단으로 포함된 산업은행이 CJ CGV 회사채 1000억원어치를 인수하기로 해 미매각 없이 예정된 물량 소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낮은 신용도를 보강하기 위해 모회사 지원을 요청한 사례도 있다. 자동차 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여전사인 롯데오토리스는 이달 5일 열린 5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840억원의 주문액을 확보했다. 롯데오토리스 지분을 100% 확보한 롯데렌탈의 신용 보강으로 ‘A-(안정적)’에서 ‘A+(안정적)’로 신용도를 높인 덕분에 넉넉한 투자 수요 확보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 메리트와 월이자 지급식 채권 적용으로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 저격에 성공한 A급 발행사도 있다. ‘A-’ 신용도가 매겨진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는 4일 당초 예정보다 300억원 늘어난 700억원어치가 최종 발행됐다. 400억원어치 모집에 790억원어치의 매수 주문을 확보하면서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A급 후순위채에 대한 기관투자가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는 판단에 개인투자자 등 리테일 시장을 공략한 게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 전체 주문량(790억원) 가운데 730억원이 ‘투자매매 중개업자’ 물량으로 집계됐다. 투자매매 중개업자 물량은 리테일 시장을 통해 개인에게 배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 7%가 넘는 금리 메리트와 매달 이자를 지급하는 ‘월 이자 지급’ 조건 등 리테일 친화적 구조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회사채 시장 양극화가 심화한 상황에서 비우량채에 대한 투자 수요 확보를 위한 발행사와 주관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