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쌀 이어 이젠 양파…인도의 끝없는 수출 규제 [원자재 포커스]

내년 3월까지…방글라·몰디브 양파값 급등세

세계 최대 양파 수출국인 인도 정부가 내년 3월까지 양파 수출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총선을 앞두고 국내 인플레이션을 의식한 조처다. 이 여파로 방글라데시, 몰디브 등 주변국들의 양파 가격이 튀어 올랐다. 밀, 쌀, 설탕에 이은 인도의 연쇄 수출 규제 조치로 글로벌 식량 인플레이션이 자극될 수 있다는 우려다.11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대외무역부(DGFT)는 지난 8일(현지시간) 저녁 늦게 양파에 대한 수출 통제 명령을 내렸다. 기한은 내년 3월 31일까지다.

다만 이미 선적이 시작된 물량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외무역부는 “식량 안보를 이유로 (수출 규제 대상) 면제를 요청한 국가에는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는 단서도 달았다.
인도 정부는 이미 지난 8월 양파에 40% 수준의 수출세(t당 최소 수출 가격 800달러)를 부과한 바 있다. 축제 시즌을 앞두고 국내 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인도에선 올여름 집중호우로 인해 양파를 비롯한 토마토, 완두콩, 마늘 등 농산물 생산이 큰 폭으로 줄었고 가격이 뛰었다. 올해 12월 기준 인도 양파 소매 가격은 ㎏당 57.1루피로, 1년 전(㎏당 28.9루피)의 두 배 수준이다. 같은 기간 토마토, 쌀, 설탕 가격은 32%, 14%, 5% 올랐다.양파 수출 규제는 인도 정부가 사탕수수를 활용한 에탄올 생산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식화됐다. 인도는 앞서 밀, 쌀 등 주식에 사용되는 곡물들에 대해서도 수출 빗장을 걸어 잠갔다. 모두 국내 유통 가격을 안정화하려는 목적이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내 식량 가격을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의 라훌 바조리아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식품 물가 상승은 인도 정부로 하여금 수입을 늘리고 수출을 규제하게 만들었다”며 “이런 흐름은 내년 중반께 예정돼 있는 총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밀, 쌀 등에 대한 앞선 수출 규제 때와 같이 이번 조치는 인도 외 지역의 양파 가격을 튀어 오르게 했다. 인도 정부 발표 직후 하루 만에 방글라데시의 양파 가격은 ㎏당 120~140타카 수준에서 ㎏당 220타카로 급등했다. 몰디브 도매 시장에선 한 포대당 200~350루피야에 판매되던 양파값이 포대당 500~900루피야까지 최대 세 배 이상 올랐다.전 세계 식료품 시장의 40%를 공급하고 있는 인도의 수출 규제는 글로벌 식량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수입국인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식품 가격은 이미 치솟았다. 필리핀의 쌀 가격은 올해 9월 기준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나이지리아에서도 같은 기간 쌀값이 61% 오르면서 월간 물가 상승률이 2005년 8월 이후 가장 큰 26.7%를 기록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