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w-up 대신 Buy-in … HR 패러다임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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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최근 신입사원 채용에 있어 대규모 공채 대신 수시 채용방식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내 인재 육성 방식’에서 ‘인재 시장 활용 방식’으로 인재전략을 전환하는데서 기인한 변화다. 글로벌 경쟁과 빠른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업무 환경이 조성되면서, 기존 인재관리 방식이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은 인적자원관리와 인재 육성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고(再考)하며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HR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인재확보, 유지, 개발 등 HR 전 영역에 걸쳐 기존 방식을 뒤집어 놓을 수 있는 변화 모색이 요구된다.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의 HR 패러다임 변화로 정리해볼 수 있다.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첫번째, 인재확보 전략의 변화이다. 국내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Grow-up 전략을 주로 활용해 왔다. 신입사원을 채용하여 조직 내에서 여러 포지션을 경험시키며 인재를 육성하는 전략이다. 이에 반해, 서구 글로벌 기업들은 시장의 변동성을 중시하는 Buy-in 전략을 펼친다. 그때 그때 필요한 포지션이 있으면 외부 인재시장에서 적합한 사람을 찾는 방식을 펼친다. 필요에 따라 사람들을 확보하고 모집하는 외부 연계에 무게를 둔다.최근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들처럼 Buy-in 전략에 기반한 인재확보 방식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인력운영, 보상 등 인사와 관련된 다른 프랙티스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재확보만 바꾼다면, Buy-in 전략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어렵다. 지금까지 국내기업들은 사내에서 다양한 직무와 포지션 경험을 제공하여 인재를 성장시켰다. 순환근무식으로 인력 운영을 해왔다. 예를 들어, 재무 직무를 하다가 영업으로 이동하고 다시, 생산관리 업무를 하는 식이다. 직무를 옮겨도 지급하는 보상이 같아야 이러한 인력운영을 할 수가 있다. 즉, 각 직무의 가치가 수평적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반면 외부 인재시장을 활용한 Buy-in 전략에서 보면 A라는 직무는 100원, B라는 직무는 200원과 같이 직무별 시장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직무의 가치가 시장 가격에 반영되어 이를 기반으로 인재를 Buy-in 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러한 차이가 있다 보니 인재확보 방식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직무가치, 보상, 경력 성장 등에 대한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Grow-up 인재전략 특징 중 하나는 육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순환근무 과정에서 새로운 일을 갑자기 맡으면 바로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스킬을 회사에서 가르쳐주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빠른 환경변화 속에서 오랜 기간 인재를 길러내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 사내 인재육성 전략은 이점이 있지만 빠른 비즈니스 변화 속도를 따라가는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기업들도 필요 인재를 외부에서 확보하는 Buy-in 전략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모습이다.두번째, 새로운 세대 등장에 따른 조직문화의 변화다. 과거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직장인의 사기와 행복도는 매우 떨어졌다. 이에 'Great Place to work'라는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 운동이 활발했다. 특히 경제 위기를 겪고 난 직후 조직 활성화 운동을 펼치는 것이 조직문화 트렌드 중 하나였다. 이 과정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움직임도 강조되기 시작했다. 2020년대에 들어서는 MZ세대라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강조되면서 일과 삶의 균형에서 더 나아가 직원 경험을 강조하기 시작한다. 구성원 개개인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구성원이 조직에 몰입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직원경험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일하는 방식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재택 또는 하이브리드 워크가 활성화되면서 서로 대면하지 않고 일하는 상황이 늘어났다. 기존과는 다른 업무 방식, 그리고 다른 형태의 HR 서비스를 제공하는 채널이 생겨났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서 하나의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가 최근 많은 기업들이 고민하는 포인트다.
마지막은 글로벌 HR 전개 방식의 변화이다. 글로벌 HR 전개 방식은 크게 3가지 형태로 나뉜다. Report 방식, Repository 방식, HR Master 통합 방식이다. 먼저 Report 방식은 기본적으로 개별 국가별로 인재를 관리하고 이를 본사에 보고하는 방식이다. 보통 주재원을 보내고 주재원을 통해 관리한다. 각 지역에 맞게끔 인사를 운영하고 글로벌 차원에서는 인원수, 인건비 등 수치 통계 중심으로 관리에 집중한다. 과거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인력운영에 활용하던 모습이다.다음은 Repository 방식이다. 소위, 지역(Region) 본부를 만들고, 지역 본부에서 HR 업무를 담당하는 형태다. 단순한 숫자/통계를 포함하여 인재의 질적 측면도 고려하여 관리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또는 지역 내에서 핵심인재 등 주요 인력에 한하여 통합 관리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마지막 형태는 HR Master 통합 방식이다. 글로벌화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원 컴퍼니를 지향하는 기업에서 활용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원 컴퍼니를 위해 인재관리 역시, 글로벌 원 탤런트로 통합 관리하자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기업들은 본사와 현지 인력을 구분하는 게 아니라, 동일한 인재 풀로 모든 직원을 통합 관리한다. 전 구성원은 동일한 플랫폼에 본인의 데이터를 올리고, 인사 담당자 또는 리더들은 언제 어디서든 시스템에 들어가서 인재를 활용할 수 있다. IT 기술적으로도 뒷받침되면서, 글로벌화가 많이 진행된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형태로 점차 변화해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세가지 HR의 변화는 기업의 경쟁력과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고 미리 대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HR 변화는 필수적이다. 인재확보 전략과 조직문화, 글로벌 HR에 대한 혁신을 고민해보자.
김태형 MERCER Korea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