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아 숲’이 된 소극장… 친근한 클래식의 맛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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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음악, 고급 예술, 어려운 문화….
클래식 음악에 대해 많은 이들이 갖고 있는 인식은 이렇다. 박수 타이밍도 신경써야 하는 에티켓, 비싸게는 수십만원에 달하는 티켓값 등을 생각하면 일견 당연한 편견이다.
그럼에도 진입 장벽을 낮춰 클래식 음악의 본질을 전달하려는 시도는 물밑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3시 서울 마포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실내악 콘서트 '보헤미아의 숲에서'도 그중 하나다. 이 콘서트는 '보헤미아'를 테마로 하는 2024년 M클래식 축제의 프리뷰성 공연으로 동유럽 국가 체코 작곡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200석 남짓의 소극장에는 주말의 여유를 즐기러 온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관객도 드물지 않게 보였다. 별도의 안내가 없는 일반 클래식 공연장과 달리 악장 간 박수를 자제해 달라는 친절한 안내와 함께 무대가 시작됐다.첫 곡인 드보르작의 '모라비안 듀엣'은 리듬감 넘치는 피아노의 선율로 시작됐다. 모라비안 듀엣은 체코 남동쪽 지역인 모라비아의 옛 민요를 토대로 작곡된 곡. 토속적인 정서의 모음곡 12개로 구성됐다. 원래는 이중창으로 부르는 곡이지만, 작곡가 손일훈이 피아노 클라리넷 비올라 3중주 작품으로 편곡했다. 비올라(맹진영)와 클라리넷(심규호)은 피아노(박종해)와 함께 각기 다른 두 명의 목소리로 노래했다. 이들은 익살맞은 리듬과 넓게 펼쳐지는 음형, 빠른 다이내믹 전환으로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보헤미안 감성을 완성했다.
이어 연주한 곡은 즈데네크 피비히의 '포엠'. 피비히는 드로브작, 스메타나 등에 비해 체코 작곡가 중 국내에 생소한 작곡가다. '기분,인상, 그리고 추억' 중 139번인 이 곡은 무언가(가사가 없는 노래)처럼 약간은 통속적인듯 하면서 서정적인 선율로 이어졌다. 듣기 편한 스타일의 작품들로 구성된 1부는 25분 만에 끝났다. 1부만 40분이 넘어가는 다른 클래식 공연에 비해 짧기도 했고 프로그램도 소박했다. 1부가 무게를 덜어낸 경량화 버전이었다면, 2부는 드보르자크의 대작인 피아노 5중주 2번을 통해 본격적으로 클래식 공연다운 면모를 선보였다. 이 곡은 드보르자크의 원숙한 음악성이 집대성된 작품으로 전체적으로 서정적이고 멜랑콜리한 캐릭터와 자유롭고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가 공존하는 곡이다.
잔잔한 피아노의 반주와 첼로의 그윽한 선율로 시작되는 1악장. 서정적이고 애수어린 2악장 '둠카'와 푸리안트 선율(왈츠처럼 3박자 계통의 보헤미안 지역 민속 춤곡)을 차용한 톡톡튀는 3악장, 돌진하듯 마무리되는 피날레까지 5명의 단원들은 야성적인 에너지로 한 순간도 느슨해질 틈없는 몰입감 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단원들은 스타연주자들은 아니었지만, 쟁쟁한 실력파 연주자들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노래하는 부분에서 충분히 음미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앞서가는 듯 했지만 전반적으로 늘어짐 없이 깔끔한 합을 선보였다. 다만 클래식 전용홀이 아닌만큼 음향적인 부분은 아쉬웠다. 울림이 적다보니 바이올린 비올라 등 고음 현악 파트에서 사운드가 거칠게 들릴 때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아니스트 박종해는 특유의 둥굴고 입체적인 소리, 안정적인 터치로 5중주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 그는 매우 빠른 속도로 연속 타건, 아르페지오(화음이 펼쳐진 음형) 등 화려한 테크닉을 선보이며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화려한 콘서트장도, 내로라하는 스타 연주자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70여분간 보헤미안 지역의 민속 리듬, 유랑민들의 구슬픈 선율, 야성적인 정취 등을 재현했다. 지식과 정보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집시들의 정서를 환기한 셈이다. 클래식의 본질은 어려운 음악, 고급 음악처럼 사람을 나누는 음악이 아닌 나와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음악임을 일깨워준 공연이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클래식 음악에 대해 많은 이들이 갖고 있는 인식은 이렇다. 박수 타이밍도 신경써야 하는 에티켓, 비싸게는 수십만원에 달하는 티켓값 등을 생각하면 일견 당연한 편견이다.
그럼에도 진입 장벽을 낮춰 클래식 음악의 본질을 전달하려는 시도는 물밑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3시 서울 마포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실내악 콘서트 '보헤미아의 숲에서'도 그중 하나다. 이 콘서트는 '보헤미아'를 테마로 하는 2024년 M클래식 축제의 프리뷰성 공연으로 동유럽 국가 체코 작곡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200석 남짓의 소극장에는 주말의 여유를 즐기러 온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관객도 드물지 않게 보였다. 별도의 안내가 없는 일반 클래식 공연장과 달리 악장 간 박수를 자제해 달라는 친절한 안내와 함께 무대가 시작됐다.첫 곡인 드보르작의 '모라비안 듀엣'은 리듬감 넘치는 피아노의 선율로 시작됐다. 모라비안 듀엣은 체코 남동쪽 지역인 모라비아의 옛 민요를 토대로 작곡된 곡. 토속적인 정서의 모음곡 12개로 구성됐다. 원래는 이중창으로 부르는 곡이지만, 작곡가 손일훈이 피아노 클라리넷 비올라 3중주 작품으로 편곡했다. 비올라(맹진영)와 클라리넷(심규호)은 피아노(박종해)와 함께 각기 다른 두 명의 목소리로 노래했다. 이들은 익살맞은 리듬과 넓게 펼쳐지는 음형, 빠른 다이내믹 전환으로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보헤미안 감성을 완성했다.
이어 연주한 곡은 즈데네크 피비히의 '포엠'. 피비히는 드로브작, 스메타나 등에 비해 체코 작곡가 중 국내에 생소한 작곡가다. '기분,인상, 그리고 추억' 중 139번인 이 곡은 무언가(가사가 없는 노래)처럼 약간은 통속적인듯 하면서 서정적인 선율로 이어졌다. 듣기 편한 스타일의 작품들로 구성된 1부는 25분 만에 끝났다. 1부만 40분이 넘어가는 다른 클래식 공연에 비해 짧기도 했고 프로그램도 소박했다. 1부가 무게를 덜어낸 경량화 버전이었다면, 2부는 드보르자크의 대작인 피아노 5중주 2번을 통해 본격적으로 클래식 공연다운 면모를 선보였다. 이 곡은 드보르자크의 원숙한 음악성이 집대성된 작품으로 전체적으로 서정적이고 멜랑콜리한 캐릭터와 자유롭고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가 공존하는 곡이다.
잔잔한 피아노의 반주와 첼로의 그윽한 선율로 시작되는 1악장. 서정적이고 애수어린 2악장 '둠카'와 푸리안트 선율(왈츠처럼 3박자 계통의 보헤미안 지역 민속 춤곡)을 차용한 톡톡튀는 3악장, 돌진하듯 마무리되는 피날레까지 5명의 단원들은 야성적인 에너지로 한 순간도 느슨해질 틈없는 몰입감 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단원들은 스타연주자들은 아니었지만, 쟁쟁한 실력파 연주자들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노래하는 부분에서 충분히 음미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앞서가는 듯 했지만 전반적으로 늘어짐 없이 깔끔한 합을 선보였다. 다만 클래식 전용홀이 아닌만큼 음향적인 부분은 아쉬웠다. 울림이 적다보니 바이올린 비올라 등 고음 현악 파트에서 사운드가 거칠게 들릴 때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아니스트 박종해는 특유의 둥굴고 입체적인 소리, 안정적인 터치로 5중주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 그는 매우 빠른 속도로 연속 타건, 아르페지오(화음이 펼쳐진 음형) 등 화려한 테크닉을 선보이며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화려한 콘서트장도, 내로라하는 스타 연주자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70여분간 보헤미안 지역의 민속 리듬, 유랑민들의 구슬픈 선율, 야성적인 정취 등을 재현했다. 지식과 정보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집시들의 정서를 환기한 셈이다. 클래식의 본질은 어려운 음악, 고급 음악처럼 사람을 나누는 음악이 아닌 나와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음악임을 일깨워준 공연이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