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형 커피 열풍에 스벅 인기 줄었다고?…'놀라운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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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의 위기?' 아니었네…잘나가던 저가형 카페가 '뚝'
스벅 앱 월간 활성 사용자 수 역대 최고
저가형 카페 꺾이고 스벅·투썸·바나프레소↑
"손님이 20~30% 정도 줄었어요. 월세 내면 남는 게 없어요."
직장인 부대가 아침이면 줄을 서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가던 여의도의 한 저가형 커피전문점(카페) 프랜차이즈 지점은 요즘 아침에 한가하다. 여의도의 모든 저가형 카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곳이 한둘 생겨나고 있다.
스타벅스를 제외한 주요 카페 앱 사용자 수가 급감했다. 특히 고물가 여파로 인기를 끌던 '저가형' 카페는 거의 예외 없이 말이다. 통상 카페 수요는 겨울철에 급증하지만 장기화하는 고물가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저가형 커피까지 줄이는 한편, 연말 모임 등을 위해서 카페 중에서도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잇는 분위기다.
스벅 앱 월 활성 사용자 수 역대 최다
11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성장세를 달리던 저가형 카페 메가커피, 빽다방, 컴포즈커피, 메머드커피 등의 11월 앱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iOS+안드로이드·중복포함)는 전월보다 감소했다. 카페 앱 사용자 수 통계는 현장에서 결제하는 소비자들의 수는 포함되지 않아 불완전하지만, 최근 스마트폰으로 커피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대중들의 커피 소비 동향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지표로 활용된다.컴포즈커피는 10%, 메가커피는 7% 각각 하락해 낙폭이 두드러졌다. 반면 스타벅스(4%), 바나프레소(3%), 투썸플레이스(27%) 등 테이크아웃보다 매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상승세를 보여 대비를 이뤘다.특히 스타벅스는 642만여명이 사용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10만명대로, 전월 대비로는 큰 폭으로 성장했으나 20~30만대에서도 움직이던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바나프레소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7만명 아래서 움직이더니 올해는 9만명에 달하고 있다.저가형 카페 앱 사용자 수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 후 고물가 압박에 저가형 카페가 인기를 끌자 스타벅스 MAU가 급감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바나프레소의 상승세와 대비되는 저가형 카페의 하락세는 달라진 소비자들의 분위기를 나타낸다. 카페는 원래는 6~7월, 10~12월이 각각 성수기에 해당한다.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시원한 음료를, 겨울이 될수록 추위를 피해 따뜻한 음료를 찾는 소비자들의 행렬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에는 연말 모임 등 여파로 그 수요가 더 늘어나는 추이를 보여왔다.
그러나 올겨울은 조금 다르다. 여의도의 한 유명 저가형 카페 아르바이트생 A씨는 "작년에도 매출이 떨어졌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체 아르바이트생은 "아침에 매장 청소를 할 수 있을 만큼 아침 시간에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전했다.반면 여의도 인근 한 스타벅스 매장의 점주는 "계절 상관없이 매출이 꾸준히 잘 나오고 있다"며 "특히 아침과 점심에 가장 바쁘다. 계절을 타지 않고 손님은 많은 편이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손님이라든지 크고 작은 미팅을 가지려고 하는 손님이 많다"고 밝혔다.
겨울 짠테크족에게 적격인 '가성비' 카페들
최근 소비자들이 저가형 커피를 택할 유인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비 부담이 커진 일부 직장인들이 그마저도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나온다. 고물가에 가성비를 좇는 이들, 짠테크(짠돌이+재테크)족들에게는 겨울에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바나프레소가 제격인 탓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들은 다른 테이크아웃 중심의 저가형 카페와 비교해 공간이 매우 넓고, 그런 공간을 갖춘 다른 중고가 카페들과 비교해서는 음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4000원 초중반에, 바나프레소의 경우 2000원 중반대로 형성돼 있다. 폴바셋이나 커피빈 등보다는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구혜경 충남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스타벅스 등은 쿠폰으로 선물 받아 소비하는 경우도 많아 오히려 체감 가격이 낮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성수기 패턴이 깨졌다는 것은 경기불황에도 저가형 커피의 가격 메리트가 사라졌다는 걸 뜻한다. 저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커피를 제외한 나머지 음료의 가격을 볼때 상대적으로 고가인 커피 프랜차이즈와 가격 차이가 아주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스타벅스 등의 매장은 저가형 카페와 달리 협소하지 않고 크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는 것뿐 아니라 공부, 작업 등이 가능하다. 오히려 오랜 시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20대 등 물가에 특히 민감한 이들이 가성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이에 더해 고물가 시대에 저가형 카페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수요가 분산된 데 따른 결과라는 진단도 나온다. 구 교수는 "저가형 프랜차이즈는 보통 저가형끼리 경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기면 프랜차이즈별로 가져가는 이익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현보/유지희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