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남부 최대 돈줄‘ 자랑하는 마이애미, 아트바젤을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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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 결산"올해 마이애미 아트위크는 '사우스 월스트리트의 힘'을 증명했다."
100억~600억원대 작품 이틀 만에 '완판'
신진 작가와 중견 작가 작품도 대작 중심 불티
"미술시장 침체기에도 마이애미는 살아았다"
헐리우드 스타와 자산가들 몰려
아트바젤은 그림 가격 일부 기부하는 플랫폼 론칭
지난 6일부터 5일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ABMB)'. 전 세계에서 온 갤러리 관계자들은 모처럼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은 과장이 아니다. 마이애미의 '소득세 제로' 정책은 수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가와 미국 전역의 자산가들을 몇년째 빨아들이고 있고, 가상화폐 부동산 투자 개발은 전세계에서 가장 활발하다. 올해 미술시장은 국제 정세 불안과 경매시장 위축,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로 미술시장에 한파가 몰아친 상황. '제 2의 월가'를 꿈꾸는 마이애미는 달랐다. 슈퍼리치들의 전통적인 휴양지이자 신규 부동산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이 도시엔 일주일 내내 세계적 자산가들과 헐리우드 셀럽, 스포츠 스타들이 다 모여 예술 수집에 나섰다. 100억원 이상의 그림들은 VIP공개 첫날인 6일과 7일에 줄줄이 판매됐고, 페어 최고가 작품이었던 프랭크 스텔라의 검은 회화 '델타' 역시 첫날 4500만달러(약 600억원)에 새 주인을 맞았다. 34개국 277개 갤러리가 참여한 제 21회 ABMB에는 총 7만9000명이 다녀가며 미주 최대의 아트페어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 신중해진 컬렉터들 아트페어는 보통 사전 VIP 사전 구매를 통해 대작들을 모두 팔아치운다. 올해 ABMB는 달랐다. 개장 직후 VIP라운지에 몰려든 사람들은 활기차게 대화를 나누며 어떤 그림을 수집할 지 토론하는 모습이었다. 실제 개장 이후부터 폐막일까지 꾸준하게 '부스 판매' 기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VIP 공개 첫날엔 이번 박람회 최고가 작품이 팔렸다. 프랭크 스텔라의 검은회화 '델타'가 4500만달러(약 600억원)에 새 주인을 맞았다.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는 필립 거스턴의 걸작 '밤의 화가'(1979년)를 한 개인에게 2000만달러(약 264억원)에 팔았다. 첫날엔 조지 콘도의 '웃는 귀족'(240만달러), 헨리 테일러의 '메이드 인 멕시코'(100만달러) 등이 팔렸다.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는 마를린 뒤마의 '더 스쿨보이즈'를 900만달러에, 쿠사마 야요이의 2015년 인피니티 그림 두 점은 300~320만달러에 판매했다. 이 갤러리는 로버트 라이만, 앨리스 닐, 노아 데이비스 등의 그림으로 각각 1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200여 개 박물관과 공공기관 등은 이번 아트바젤 마이애미를 방문해 약 2000만달러어치를 사갔다. 데이비드 머핀 리먼머핀 공동창업자는 "마이애미는 뉴욕과의 접근성 뿐만 아니라 국제적 수집가와 큐레이터들에게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박람회 중 하나로 공고히 자리매김 했다"고 말했다. ○프리즈 견제구 제대로 날린 바젤
53년 역사의 아트바젤은 2002년 스위스 바젤 밖 첫 아트페어 개최지로 마이애미를 꼽았다. 올해로 21회째를 맞이한 페어는 '이를 갈고 준비했다'는 말이 어울렸다. 위성 행사와 도시 내 지역문화 행사를 함께 꾸리는 한편 아트바젤 역사상 처음으로 '기부금 플랫폼'인 '액세스 바이 바젤'을 만들어 그림 구매액의 일부(최소 10%)를 기부하도록 했다. 이는 영국 태생의 20년된 아트페어 프리즈가 올해 뉴욕 아모리쇼, 엑스포 시카고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LA를 포함해 미 대륙에서만 4개의 아트페어를 열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한 견제구로도 해석된다. 노아 호로비츠 아트바젤 최고경영자(CEO)는 개막 당일 기자와 만나 "새로운 세대들을 위한 아트페어의 구심점 역할을 아트바젤 마이애미가 할 것"이라며 "미국은 물론 유럽,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문화가 모두 녹아있는 마이애미가 아트바젤의 '랜드마크 페어'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셀럽이 열광하고, 도시가 밀어준다 아트바젤 마이애미의 전체 매출은 아직 스위스 아트바젤 본행사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매년 그 성장세가 놀라운 정도로 가파르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중남미로 가는 관문에 있는 데다 미국과 유럽 컬렉터들의 접근성이 좋고, 12월에 따뜻한 기후가 계속된다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 이번 페어엔 세레나 윌리엄스, 제프 베저스,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자레드 레토, 신디 크로포드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크 파요 하우저앤워스 사장은 "미국 미술 시장의 강점과 탄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며 "미술시장의 우려와 달리 첫날 대부분의 작품이 다 팔렸고, 이는 미국의 예술계가 앞으로더 역동적일 것을 확인하는 지표"라고 덧붙였다. 아트바젤 마이애미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는 늘어난 후원사들과 지역 미술관들이다. 마이애미의 유명 작가인 헤르난 바스의 대규모 개인전, 베를린 기반의 한국 예술가 안덕희 조던의 첫 미국 개인전, 찰스 개인즈와 개리 시몬스, 사샤 고든 등의 전시가 곳곳에서 열렸다. 뉴욕의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올해 처음 마이애미에서 아트바젤 기간 내내 함께 열렸고, 디자인마이애미와 언타이틀드, 레드닷마이애미 등의 위성 행사가 약 20개 이상 개최됐다. 마이애미 해변에선 구찌, 이로 등 수 많은 패션 브랜드들의 파티가 열렸다. "마이애미엔 지금 빈방이 없다"는 뜻의 '노 배컨시, 마이애미 비치'는 12개 마이애미 해변가 호텔들이 연합한 전시회. 버스 등 대중교통은 12월 말까지 한달 간 관람객과 방문객들을 위해 무료로 운영됐다. 아트바젤의 입장료는 75달러에서 4500달러까지 다양하다. '부자들의 놀이터'란 편견을 깨기 위해 티켓도 세분화했다. 1일권(일반75달러·학생과 노인은 58달러), 디자인 마이애미 통합권(110달러), 3일권과 주요 갤러리 및 미술관 입장권(630달러), VIP티켓(2200~3500달러) 등으로 나눴다. 마이애미=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