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리모델링 30%, 2차 안전진단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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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단지 '정책 리스크'아파트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잇단 정책 리스크로 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최근 추가 안전진단을 받도록 유권해석을 바꾼 데 이어 서울에서만 조합 설립 후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한 23개 사업장이 조합 해산 여부를 묻기 위한 총회를 열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안전진단 대상 확대
잠원훼미리 등 22곳 진퇴양난
3년전 개정 주택법도 기한 도래
서울 23곳 조합해산 여부 정해야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한 악재가 이어져 상당수 단지가 재건축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등 정부의 용적률 상향 방침이 구체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커 주택 공급이 오히려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산총회 의무에 안전기준도 강화
11일 허훈 서울시의원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 내에서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 76곳 가운데 22곳이 사업계획을 변경하거나 추가 안전성 검토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업장의 29%에 달하는 단지가 비용 증가나 사업 기간이 지연될 리스크에 직면한 것이다.서초구에서만 잠원훼미리·잠원동아·신반포청구·반포푸르지오 등 5곳이 해당한다. 송파구에서도 문정건영 문정현대 거여5단지 등이, 양천구에선 목동우성·목동2차우성 등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 같은 혼란은 지난 7월 국토교통부가 2차 안전진단 대상 범위를 크게 넓히는 방향으로 유권해석을 바꾼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리모델링 때 필로티(비어 있는 1층 공간) 설계와 이에 따른 최고 1개 층 상향에 대한 판단을 기존 수평증축에서 수직증축으로 바꾸기로 했다. 수평증축은 1차 안전진단으로 추진이 가능하지만, 수직증축을 하려면 까다로운 2차 안전진단을 추가로 거쳐야 한다. 허 시의원은 “조합이 법령 해석 변경에 따른 사업 지연, 비용 상승 리스크, 매몰 비용까지도 일방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문제에 대해 서울시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택법 일몰 규정도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2020년 주택법을 개정해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3년 내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하면 총회를 통해 해산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23곳(리모델링허가단지 포함)이 연내 의무적으로 조합 해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총회를 열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강동구 둔촌현대2차·고덕아남·길동우성2차와 송파구 가락쌍용1차는 내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총회를 예정하고 있다. 반면 19곳은 집행부 부재 등으로 총회를 언제 열지 기약조차 못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은 사업계획승인까지 평균 10년 가까이 소요되는데 3년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지역주택조합 때문에 개정된 법인데 애먼 리모델링 추진 단지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용적률 풀리나…재건축 선회 늘 듯
건설업계 전반에 공사비 인상 우려가 커진 가운데 리모델링 사업의 정책 리스크까지 더해져 사업이 멈춰 서거나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단지가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들어서만 서대문구 홍제한양, 구로구 신도림현대, 성동구 응봉대림1차 등이 리모델링 사업을 접고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었다.정부는 물론 서울시도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종상향 등 용적률 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연내 국회 통과를 앞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은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여주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용적률을 거의 채워 리모델링이 불가피한 단지에 ‘재건축 길을 열어주는 법’이다. 서울에서도 노원구 상계, 양천구 목동, 강서구 가양지구 등이 인센티브를 적용받을 수 있다.
서울시도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대응하고 서울 내 재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안전과 도시경관 문제 등을 감안해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게 내부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