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금전신탁 판매 놓고 고민 커진 4대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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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DLS·ETF 등 특금신탁4대 은행이 올 들어 주가연계증권(ELS) 등 특정금전신탁(특금신탁) 상품을 판매해 벌어들인 수익이 3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ELS와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다. 특금신탁은 가입자가 금융회사에 돈을 맡기면서 특정 시장지수나 기업 주식, 회사채 등을 구입해달라고 운용 방법을 지정하는 상품을 말한다.
올해 3분기까지 3.4조원 수익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0% 늘어
비이자수익 확대 주요 수단
홍콩 ELS 사태로 위축 우려
은행 이자수익 의존 더 커질 듯
하지만 내년 상반기 홍콩 H지수 ELS에서 3조원대 원금 손실이 예상되면서 은행권의 특금신탁 사업 확대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특금신탁 시장 100조원 돌파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올해 1~3분기 특금신탁 판매 이익은 3조40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3639억원)보다 150% 증가했다.4대 은행 모두 특금신탁 이익이 두 배 넘게 늘었다.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국민은행의 특금신탁 이익은 1조935억원으로 1년 새 172% 불어났다. 하나은행도 작년 동기 대비 184% 증가한 9660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각각 104%와 133% 늘어난 7373억원과 6125억원의 이익을 냈다.고객이 자산운용 대상과 방법을 선택하는 특금신탁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과 시장지수에 투자한다. 상품 종류에는 채권을 포함한 ELS와 DLS,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있다.
일부 은행은 특금신탁 판매 상품 중 개별 주식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되는 ELS 비중이 50%를 넘기도 한다. ELS는 만기 때 기초자산 가격이 50~65% 수준만 유지되면 일반적으로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연 4~6% 수준의 이자를 지급한다. 은행은 ELS를 은행 신탁계정에 담아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판매해왔다.
특금신탁 시장은 작년부터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고수익을 노린 투자금이 ELS로 유입되면서 규모가 확대됐다. 고금리 기조 속에 ‘이자장사를 한다’는 지적을 받던 은행들도 신탁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판매에 주력했다.은행은 신탁 상품을 관리하면서 자금 평가액의 일부를 운용·수익 보수 등으로 챙긴다. 올 3분기 기준 4대 은행의 특금신탁 잔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조원 넘게 증가한 109조4827억원에 달했다.
홍콩 H지수 ELS 사태로 꺾이나
시장 규모와 판매 이익이 늘어나던 ‘신탁 황금기’에 대규모 홍콩 H지수 ELS 손실 사태가 터지자 은행권은 신탁업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 H지수 ELS 중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8조4100억원에 이른다. 2021년 12,000대였던 홍콩 H지수가 최근 5500대까지 폭락하면서 지금보다 H지수가 20~30% 오르지 않으면 3조원대가 넘는 원금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5대 은행은 홍콩 H지수 관련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금융당국은 은행들이 투자 위험성을 충분히 안내했는지 등 불완전 판매 여부를 살피고 있다. 추후 당국이 ELS를 비롯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 상품의 은행 판매 한도를 줄이거나 가입 문턱을 높일 경우 특금신탁 이익도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비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해 신탁 상품 판매를 확대해왔는데 이번 H지수 ELS 사태로 이자이익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