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응원 담아 소방차 케이크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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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의 딸, 소방관의 아내로“3개월 전 회사에서 올해 ‘소방의 날’을 맞아 빵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언젠가는 소방관 남편을 위한 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는데,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됐으니까요.”
남편 위해 만든 소방차 케이크
출시 3주 만에 2만여개 팔려
경찰차 케이크도 만들고파
11월 9일 소방의 날을 기념해 SPC의 파리바게뜨가 출시한 ‘삐뽀삐뽀 출동! 소방차케이크’가 출시 3주 만에 누적 판매량 2만 개를 돌파했다. 소방차 모양을 본뜬 이 케이크를 만든 주인공은 SPC 중앙연구소 이노베이션랩의 이현정 연구원이다.이 연구원은 경기 성남소방서에서 근무하는 9년 차 소방관 최철연 소방교와 2020년 결혼했다. 이 연구원은 3개월에 걸친 소방차 케이크 개발 과정을 회상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몰두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 연구원은 회사에서 ‘소방관 응원 캠페인’의 일환으로 관련 제품을 출시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 프로젝트에 자원했다. ‘소방관의 아내’이자 ‘경찰관의 딸’이었던 만큼 평소 제복 입은 공무원에 대한 존경심이 깊었던 게 그를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이 연구원의 아버지는 평생 경찰관으로 근무하다가 은퇴했다.
“고되기 이를 데 없는데도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남편, 아버지를 보면서 ‘제복 공무원’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어요. 회사와 소방청의 협업 소식을 듣자마자 ‘이건 나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연구원은 “누구든 캠페인 취지에 공감할 수 있도록 장난감 소방차처럼 재미있는 케이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를 위해 개발 기간 내내 집 근처 소방서에서 출동하는 소방차를 유심히 살폈다. 퇴근 후에도 제품 아이디어를 고민했다.남편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특히 소방차 색상을 구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이 연구원은 “보통 소방차를 빨간색으로 알고 있는데, 남편이 요즘 나오는 소방차는 다홍색이라고 알려줬다”며 “천연 색소를 사용해 최대한 실제 소방차와 같은 색을 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동 나가는 소방차에는 보통 사다리가 달려 있으니 사다리를 넣어보라는 남편의 말에 영감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최 소방교는 파리바게뜨에서 나오는 제품을 직접 사 먹어 보고, 유명 디저트 가게에서 ‘오픈런’도 해보며 아내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완성된 소방차 케이크는 소방의 날을 앞둔 지난달 3일 출시됐다. SPC 이노베이션랩은 소방의 날을 맞아 최 소방교 근무지인 성남소방서 직원들에게 소방차 케이크를 선물했다.
이 연구원은 “남편의 직장 동료들에게 직접 케이크를 나눠드렸는데, 남편이 무척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소방관 응원 캠페인과 더불어 ‘제복 근무자 존중 캠페인’ 등을 꾸준히 펼치는 회사에 감사함도 표했다.그의 다음 목표는 아버지를 위한 ‘경찰차 케이크’를 만드는 것이다. “기회가 되면 아버지를 위한 경찰차 케이크도 만들고 싶습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