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업계 지각변동…옥시덴탈, 15조에 크라운록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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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슨모빌·셰브런 이어 옥시덴탈도 대형 M&A미국의 원유 생산업체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이 셰일 시추업체 크라운록을 120억달러(약 15조8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몇 달 새 엑슨모빌, 셰브런에 이어 글로벌 에너지 업계에서 또 하나의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성사된 셈이다.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은 대형 에너지 기업 중에서도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선택을 받은 회사이기도 하다.
버핏이 선택한 기업, 4년 만에 대규모 투자 단행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은 11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인수 합의서를 발표했다. 이 회사는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91억달러가량의 신규 채권과 17억달러어치의 신주(보통주)를 발행할 계획이다. 인수 절차는 내년 1분기 중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크라운록 인수는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이 2019년 당시 경쟁사였던 아나다코 페트롤리엄을 380억달러(약 50조2000억원)에 사들인 이후 4년 만에 단행한 대규모 투자다. 셰브런과 치열한 인수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 회사는 많은 양의 부채를 끌어다 썼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큰 손실을 봤다. 올해 9월 30일 기준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의 부채 규모는 약 186억6000만달러(약 24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는 크라운록이 보유하고 있던 12억달러 규모의 기존 부채도 떠안게 된다.
비상장사인 크라운록은 미 최대 유전 지대인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에서 활동하는 민간 업체 중 하나다. 지난 9월부터 경쟁업체인 엔데버에너지리소시스 등과 함께 매물로 나와 있었으며, 매각 가액은 100억달러 이상으로 점쳐졌다.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은 이번 인수를 통해 “9만4000에이커(약 3억8000만㎡) 이상의 퍼미안 분지를 확보했고, 이를 통해 하루 약 17만배럴의 석유를 추가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퍼미안 분지에선 하루 96만8000배럴(지난 8월 기준) 규모의 원유가 생산되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라이스타드에너지는 “인수가 마무리되면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은 퍼미안 분지 최대 생산업체인 파이어니어내추럴리소시스를 인수한 엑슨모빌에 이어 2위 생산업체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비키 홀럽 옥시덴탈 페트롤리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크라운록 인수는 옥시덴탈이 이제껏 보유했던 것 중 가장 강력하고 차별화된 포트폴리오가 될 것으로 믿는다”며 “퍼미안 분지에서의 입지 구축을 통해 즉각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 주주친화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럴당 70달러로 계산할 때 인수 첫해에는 10억달러 규모의 잉여현금흐름(FCF)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나다코 인수 이후 파산 위기에 내몰렸던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극적으로 되살아났다. 2020년 20년 만에 최저치로 고꾸라졌던 이 회사 주가는 그 이후 500% 가까이 올랐다. 2022년 사상 최고 수준인 133억달러 규모의 이익을 내면서 200억달러가량의 부채를 줄이는 데도 성공했다.
버핏 회장은 같은 해 2월부터 이 회사에 투자금을 붓기 시작해 올해 3분기 기준 지분율을 24.3% 수준까지 높인 상태다. 동종업체인 셰브런 주식을 계속해서 매도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올해 하반기 들어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공격적인 M&A를 단행하며 관련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0월 엑슨모빌은 약 600억달러에 파이어니어내추럴리소시스를 인수했고, 연이어 셰브런이 헤스코퍼레이션을 530억달러에 사들였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