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친 홍콩 구의원선거'…출마자 추천 기구서 당선자 94%

HKFP "홍콩정부 임명 지역위원회 3곳서 직선 88석 중 84석 배출"
민주 진영 참여가 배제된 채 '친중 애국자'만 출마한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당선자의 94%가 출마자 추천 권한을 가진 관제 기구 3곳의 위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홍콩프리프레스(HKFP)가 12일 보도했다. HKFP는 자체 집계 결과 지난 10일 열린 제7회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유권자가 뽑는 88석 중 84석(95.4%)이 각 지역위원회 3곳(구위원회·소방위원회·범죄수사위원회)에서 배출됐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날 이들 지역위원회끼리 뽑은 176석 중 163석(92.6%) 역시 해당 지역위원회 소속 위원이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권자의 직접 선거와 지역위원회의 간접 선거를 통해 선출한 구의원 264명 중 93.6%에 해당하는 247명이 이들 지역위원회 3곳 위원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지역위원회 3곳의 위원은 총 2천532명이며 모두 정부가 임명한다.

'친중 애국자'로만 채워졌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이들은 바뀐 선거법에 따라 구의원 선거 출마자 추천 권한을 갖는다. 구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이들 지역위원회 3곳의 위원 최소 9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후보 등록을 할 수 있다.

홍콩 최대 야당 민주당은 물론이고 소위 중도파도 이들의 추천을 얻지 못해 이번 선거에 출마조차 못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의원 선거 당선자의 대부분이 이들 지역위원회에서 나온 것이 확인된 것이다. 홍콩 인구는 750만명인데 도시 전역을 관리하는 풀뿌리 구의회 의원 선거는 겨우 2천500명에 불과한 정부 임명 기구끼리의 '잔치'였던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HKFP는 이번 구의원 선거 출마자의 75% 이상이 이들 지역위원회 소속인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홍콩 구의원 선거는 4년마다 치러지며 2019년 11월 선거 때는 지역 유권자가 뽑는 선출직 452석(전체의석의 94%), 당연직 27석 등 479석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중국이 2021년 홍콩 선거제를 '애국자'만 출마하도록 개편한 데 이어 올해 5월 구의회 구성을 전면 뜯어고친 후 선출직은 전체 의석(470석)의 19%에 불과한 88석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대신 나머지 81%는 행정장관이 임명하는 179석, 지역위원회 3곳이 선출하는 176석, 관료 출신 지역 주민 대표 몫 27석으로 바뀌었다.

2019년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전체 선출직 452석의 87%(392석)를 장악한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중국이 향후 선거에서는 다시는 그러한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민주 진영의 선거 참여를 원천 봉쇄해버린 것이다.

1985년 이후 처음으로 민주 진영 없이 진행되고, 선출직이 대폭 줄어든 이번 구의원 선거에 홍콩 민심은 역대 최저인 27.5%의 투표율로 응답했다.

앞서 민주화에 대한 거센 열망 속 2019년 11월 치러진 제6회 구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사상 최고인 71.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한편, 이번 구의원 선거에서 최대 친중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DAB)이 전체 264석 중 109석(직선 의석 41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이어 공련회(FTU) 27석, 신민당(NPP) 15석, 홍콩경제민생연맹(BPA) 12석, 자유당 5석 순이다. 한 홍콩 정치평론가는 연합뉴스에 "중국은 홍콩 공직 선거 출마자의 범위를 점점 더 좁히려 하고 있다"며 "중도파는 물론이고 친중 캠프 내에서도 소수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배제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