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사업 새 걸림돌 '필로티'…"서울시와 소통할 것"[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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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리모델링주택조합 협의회 기자간담회"당장 수평 증축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는데, 수직 증축 방식으로 이행하라고 하니 사업 지연과 비용상승 등의 악재가 생긴 상황이다."
국토부 유권해석 변경…"사업지연·비용상승 직면"
"리모델링서 재건축 선회 불가…유관부서와 협의"
서울시 리모델링주택조합 협의회(서리협)는 12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2차 안전진단 대상 범위를 크게 넓히는 방향으로 유권해석을 바꾼 데 따른 것"이라면서 이렇게 밝혔다.국토부가 2차 안전진단 대상 범위를 넓히면서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리모델링할 때 필로티(비어 있는 1층 공간) 설계와 이에 따른 최고 1개 층 상향에 대한 판단을 기존 수평 증축에서 수직 증축으로 바꾸기로 했다. 수평 증축은 1차 안전진단으로도 가능하지만, 수직증축을 하려면 2차 안전진단을 추가로 거쳐야 한다.
서정태 서리협 회장은 "서울에 있는 리모델링 단지들 대부분이 1층을 필로티 구조로 전용해 수평 증축하는 방식의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며 "안전진단과 안전성 검토가 추가돼 사업지연과 비용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정컨대 약 100여개 단지에서 어쩔 수 없이 추가 안정성 검토 등 인허가를 진행하거나1층 필로티 구조 전용을 포기해야한다"며 "안전을 보장한 상태에서 통합심의와 인허가 절차 간소화가 제도화될 수 있도록 서울시 유관 부서와 지속해서 소통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이런 행보에 대해 리모델링 단지들을 재건축사업으로 선회하게 하려는 유도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서정태 회장은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태생과 추진방식이 전혀 다른 사업"이라면서 "노후공동주택을 정비하기 위해 전면 철거 방식으로 시행되는 재건축사업의 부작용과 한계로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과 환경보존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이 도입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종 세분화 이전의 단지들이 대다수"라면서 "용적률 상향 등 재건축 유도 정책이 나오더라도 사업성이 좋지 않아 포기하거나, 재건축사업으로 돌아설 수 있는 단지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건설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악화하면서 리모델링 단지들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리협 관계자는 "최근 자잿값과 공사비 폭등 등으로 리모델링 단지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공사비는 주민들이 내야 할 추가 분담금과 직결된다. 사업성 분석의 전문화, 시스템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서리협은 내년 계획 및 목표로 △리모델링 사업의 관리 방안 △리모델링 사업의 추진 및 공공지원 확대 △리모델링 사업 가이드라인 수립을 제시했다.서리협은 리모델링 수요 예측과 분석 보완을 통해 종 세분화 이전의 용적률 기준으로 준공된 아파트 단지들이 원활하게 사업을 추진·진행할 수 있도록 관리·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기존 건축물을 재사용하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인 만큼 도시관리 체계 내에서 사업에 대한 별도의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리모델링 사업의 관리 계획을 가이드라인에 담아 조합은 물론, 인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 등의 사업 이해도를 높이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리모델링 사업 인허가 간소화 및 심의의 일원화도 추진한다. 건축과 도시계획, 경관 등의 통합심의를 통해 용적률을 포함해 건축 규제 완화에 따른 해당 단지와 주변 지역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정태 회장은 "리모델링 사업은 우리의 재산 증식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라면서 "서울에 있는 많은 아파트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내릴 만큼 노후도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공급을 늘리는 데 일조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리협은 리모델링 사업지 간의 정보 교류를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작년 1월 출범했다. 현재 서울시에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73곳, 58개 추진위원회가 있다.대부분 1980~2000년 준공된 단지들로 용적률이 300%를 넘는 경우가 많아 재건축이 어려운 곳들이다. 통상 용적률 200% 이상 또는 대지 지분 15평 이하는 재건축 사업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