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만날 줄은…" 유아인 등장하자 발칵 뒤집힌 법원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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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상습 투약' 혐의 유아인에 쏟아진 관심"엄청 팬이었는데…법원 앞에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유아인 "심려 끼쳐 죄송…사실과 다른 부분도"
'대마 흡연' 혐의만 인정…다음 재판 1월 23일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 법원 관계자들 사이, 이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이날은 마약류를 상습 투약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37)의 첫 재판이 열린 날이다.마약 투약과 관련된 일부 혐의만 인정한 뒤 법원을 나선 유아인이 등장하자, 유아인을 보기 위해 모여있던 일부 법원 직원들과 팬들은 연신 카메라로 그의 모습을 담아내기 바빴다. 일부는 환호성을 지르거나 "고생했는지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인다"고 했다.
'대마 흡연' 혐의만 인정…"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박정길 박정제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및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의료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유아인과 그의 지인인 최모 씨(32)의 1차 공판이 진행됐다.신발까지 올블랙으로 맞춰 입고 법정에 들어선 유아인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재판 과정에 성실히 임해 할 수 있는 설명을 해나가도록 하겠다. 특히 저로 인해 크게 실망하시고 많은 피해를 보신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심경을 전했다.재판 시작에 앞서 유아인과 그의 변호인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희망하지 않는다"고 짧게 답했다. 직업을 묻는 말에는 "배우입니다"라고 밝힌 뒤 별다른 입장은 꺼내지 않았다.유아인의 첫 공판기일은 당초 지난달 14일로 예정됐지만, 유아인 측이 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미뤄지게 됐다. 이후 유아인은 법률대리인을 정비하고, 추가 선임계를 제출했다. 유아인의 법률대리인은 법무법인 동진과 법무법인 해광 등에 소속된 변호사 등 총 5명으로, 이들 중엔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대검찰청 마약과장 출신, 마약 수사전문 검찰 출신 등이 포함됐다. 이날 재판에는 법무법인 해광 소속 4명의 변호인만 참석했다.유아인 측은 이날 재판에서 일부 혐의만 인정했다. 유아인의 변호인은 "피고인들의 공동범행인 대마 흡연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한다"면서도 유아인의 대마 흡연 교사 및 증거 인멸 교사, 범행 도피 등 부분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유아인의 변호인은 "(대마 흡연 외)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부분이 상당히 있다"며 "사실관계나 법리에 있어서 깊이 있게 검토할 부분이 다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증거 기록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의견 말하겠다"고 부연했다.
재판 마친 유아인, '호화 변호인단' 질문에 "죄송합니다"
재판을 마친 유아인은 취재진에 "공소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다수 존재한다"며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 과정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했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죄송합니다"라며 답을 피한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공소장에 따르면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14개 의원에서 181회에 걸쳐 프로포폴 9635.7mL, 미다졸람 567mg, 케타민 11.5mL, 레미마졸람 200mg 등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2021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44차례 타인 명의로 처방받은 스틸녹스정과 자낙스정 수면제 1100여정을 불법 매수하거나, 자신의 아버지, 누나, 최씨 등 6명 명의로 약을 처방받아 사들인 혐의도 있다. 그는 지인에게 누나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고 누나 행세해달라고 요청하거나, 직접 의사에게 아버지에게 전달할 약을 처방해달라고 하는 등의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유아인은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에서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경찰에 의해 소변, 모발, 휴대폰 등이 압수된 후 최씨 등 지인들과 수사상황을 공유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하면서 "휴대전화를 다 지우라"며 증거 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받는다.
이외에도 지난 1월 최씨 등 4명과 함께 미국에서 대마를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대마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유아인은 로스앤젤레스 숙소 내 야외 수영장에서 일행과 궐련형 대마를 흡연했으며, 브이로그 영상 촬영을 위해 수영장을 찾은 한 유튜버가 이 장면을 목격하자, "너도 한번 이제 해볼 때가 되지 않았냐"며 대마를 권했다.
유튜버가 자신의 대마 흡연 사실을 외부에 알릴 것을 우려해 그를 '공범'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유아인이 대마 흡연 경험이 없는 유튜버에게 '너도 한번 해볼 때 됐다'라고 하거나, 대마를 입에 대고 피우는 시늉만 하자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깊이 들이마시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적었다.한편 다음 공판은 내달 23일 오전 10시께 열릴 예정이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