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안 쓴다'던 풀무원…39년 원칙 깨고 이효리 택한 이유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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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식단' 1000억 브랜드로 키운다풀무원이 1984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유명 연예인을 전속모델로 기용했다. 가수 이효리를 자사의 지속가능한 식품 브랜드 ‘풀무원지구식단‘ 모델로 선정한 것이다. 39년간 지켜온 마케팅 원칙을 뒤엎으면서까지 풀무원지구식단에 힘을 실어주는 데에는 ‘지속가능식품’을 풀무원의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녹아있다.
지구식단, ‘年 1000억’ 브랜드로
풀무원은 가수 이효리를 앞세워 풀무원지구식단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12일 발표했다. 연말까지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강남·삼성역과 서울숲 등과 대중교통 옥외광고를 활용해 브랜드 노출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CF 영상과 개별제품 광고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그동안 풀무원은 유명 연예인을 전속모델로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유명인을 내세운 마케팅보다는 ‘바른 먹거리’라는 기업 가치에 집중해 브랜드를 알리자는 취지에서다. 그런만큼 식품업계에서는 이번 풀무원의 결단이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풀무원이 풀무원지구식단 홍보에 열을 올리는 건 이를 풀무원 매출을 견인하는 핵심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식물성 대체육, 두부면, 두유면 등 30여종의 제품 라인업을 갖춘 풀무원지구식단은 지난해 8월 출범한 비건 브랜드다. 지난 2021년 3월 풀무원이 ‘식물성 지향 식품 선도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이후 1년 반만에 야심차게 시장에 출시했다. 풀무원지구식단은 식물성 대체식품·영양식품·간편식 등 3개 카테고리를 두고 국내 지속가능식품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론칭 1년 만에 누적 매출 430억원을 기록하는 등 시장의 반응도 좋다. 2~3년 내에 ‘연매출 1000억원’ 규모로 키운다는 게 풀무원의 목표다. 풀무원 관계자는 “내년에는 제품 라인업 확장과 더불어 ‘풀무원지구식단’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년 적자’ 해외사업, 턴어라운드 하나
풀무원은 신성장동력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한편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내실을 다지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최근 풀무원의 실적은 꾸준히 개선되는 중이다. 올 3분기 매출(연결기준)은 74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19억원으로 무려 55% 증가했다. 풀무원의 실적이 나아진 건 그동안 풀무원의 발목을 잡았던 해외사업 성적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풀무원은 20여년 전인 1991년 미국을 시작으로 2010년 중국, 2013년 일본에 진출했다. 일찍이 해외 시장을 겨냥해 대규모 시설 투자를 이어왔지만, 그동안 연간 기준으로 흑자를 낸 적은 단 한번도 없다.중국과 일본에서 풀무원의 대표 상품인 두부·면류의 유통채널 및 제품군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해외사업 적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의 수익성이 최근 좋아지면서 풀무원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법인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아시안누들(냉장생면)과 매출의 절반을 견인하는 두부의 현지 수요가 증가한 덕이다. 앞으로 현지 공장 증설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께 흑자 전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풀무원 관계자는 “그동안 냉장생면은 한국에서 수출해 미국에서 조립을 하는 방식으로 유통해왔는데, 지난 10월부터 캘리포니아 길로이 공장에서 생면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며 “현지 생산으로 물류비용이 크게 감축되면서 수익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위탁급식과 컨세션(다중이용시설 내 식음료 제공사업), 휴게소 등 기업간(B2B) 사업을 확대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대형 급식 사업장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수주에 성공했고, 군 급식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고객사를 다변화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컨세션과 휴게소 시장이 살아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