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화단의 테러리스트'...성공공식을 버린 황창배 작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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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배 작고 22주기 특별전‘한국화 화단의 테러리스트’
쉐마미술관 '괴산의 그림쟁이'
천재 화가 황창배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다. 분명 한국화인데, 그가 그린 그림은 기존 한국화 화단에 마치 폭탄을 던지듯 ‘동양화스러운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화에서 주로 쓰는 ‘먹’에서 벗어나 유화물감, 아크릴부터 연탄재, 흑연가루까지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작업 방식도 독특하다. 물감을 캔버스 위에 마구 흩뿌리고, 나이프로 종이를 긁고 오린 종이를 이어 붙이는 등 ‘공식을 깬’ 기법을 펼쳤다. 황창배는 오직 그만이 낼 수 있는 특별한 작업방식과 작품으로 ‘황창배 화풍’이란 새 장르를 탄생시켰고, '재조명돼야 할 한국 화가' 1위로 꼽히기도 했다.
그런 ‘천재 작가’ 황창배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기획전이 열린다. 충북 청주 쉐마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괴산의 그림쟁이’를 통해서다.지난 2001년 담도암으로 작고한 그의 22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전시는 황 작가가 1990년부터 충북 괴산에서 작업을 시작해 작고하기 전인 2000년까지의 성화와 꽃 작업을 중심으로 조명한다.황 작가는 서울대 미대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이른바 ‘엘리트 화가’다. 31세의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그는 한국화로 단숨에 미술계의 주목을 받으며 얼굴을 알렸다.하지만 그는 수상 이후 ‘한국화 기법’을 모두 버렸다. 그를 아마추어 화단 최정상 자리에 올려놨던 화법을 과감하게 포기한 것이다. 황창배는 그동안 대상을 ‘묘사’하는 데 주력했던 한국화의 전통적 표현방식 대신 서양화에서 주로 사용했던 ‘대상의 재해석’에 몰두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해체하고, 변형시키고 또 재조립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했다.
그의 그림은 구상과 추상화의 특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양화의 신표현주의와 우리 전통의 민화적 요소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잘하는 것,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택했던 그의 전시는 내년 1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