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혼자여도 vs 혼자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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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일 통계청장TV 예능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와 문화의 거울로 ‘시대상’을 반영한다. 방영 중인 예능을 살펴보면 가파르게 증가하는 1인 가구 트렌드를 반영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는 750만2000가구로 전체의 34.5%를 차지한다. 세 집 중 한 집 이상이 나 혼자 사는 가구인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비추는 1인 가구의 삶은 혼밥, 혼술, 혼영 등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나 홀로 삶을 즐기는 문화를 보여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홀로 라이프’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마치 혼자 사는 것을 마냥 행복한 것으로 비추고 또 이를 부추겨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새로운 사람과 관계 맺는 데 권태를 느끼는 일명 ‘관태기’를 겪는 사람이 늘면서 사회의 공동체 의식이 해체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실제로 1인 가구의 삶은 연령, 계층, 성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스스로 1인 가구를 선택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사별 등 비자발적 사유로 혼자가 된 사람도 있다. 남녀 1인 가구의 고충도 다르고 2030세대의 1인 가구와 장년 이후 세대의 처지가 다르다. 혼자여도 좋은 사람이 있는 반면 혼자여서 힘들고 외롭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2020년 인구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2030세대가 혼자 사는 이유는 직장, 학업, 독립 등 자발적 사유가 대부분이지만 60대와 70대 이상은 가족의 거주지 이동, 사별 등 비자발적 사유가 각각 52.7%, 84.7%로 높았다. 통계청의 ‘2023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몸이 아플 때나 우울할 때 도와줄 사람이 없는 경우도 60대와 70대 이상이 각각 32.2%, 25.7%나 된다고 한다. 1인 가구의 외로움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듯싶다. 영국에는 외로움부 장관이 있고, 일본도 고립 담당 장관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우리 정부도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에서 지난달 청년 1인 가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본격 논의에 나섰다. 올해 시작된 일상 돌봄 서비스로 돌봄 사각지대에 있던 1인 가구에도 혜택이 제공되고 있다.내년부터는 1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 최대 급여액을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통계청은 올해 6월 1인 가구 등 가구 특성별 체감 물가를 개발해 공표했고, 10월에는 노인 1인 가구의 연금 수급 현황 등을 포함한 연금통계를 개발하는 등 정부의 1인 가구 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누구나 언젠가 1인 가구가 될 수 있다. ‘혼자여도 좋은 삶’을 응원한다. 그리고 ‘혼자여서 소외되지 않는 삶’을 위해 정책과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회적 지혜가 모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