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평생 일군 회사, 사모펀드에 못 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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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분쟁 확실히 정리" 격노
현금 5000억…'차남 백기사' 나서
"시장 교란, 개인투자자 손해 안돼"
한국앤컴퍼니 주가 2만원 웃돌아
"MBK 공개매수價 올릴 것"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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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명예회장 등판 시사
12일 업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사재를 동원해 경영권 방어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조 명예회장이 전격 개입하기로 한 것은 평생 일군 회사를 사모펀드에 넘길 수는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효성 창업주 조홍제 회장의 차남인 조 명예회장은 1969년 한국타이어 상무로 입사해 2021년 명예회장으로 추대되기 전까지 50여 년간 회사를 이끌었다.업계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이 2020년 조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지금도 매일 출근할 정도로 회사에 애정이 깊다”며 “가만히 앉아 경영권을 뺏기는 것을 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MBK는 공개매수 가격 인상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개매수 마감(24일)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MBK의 가격 상향에 대한 기대는 꺼지지 않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MBK가 가격을 대폭 올리더라도 조 명예회장이 과거 주식 매매 대금 등에 더해 현금 동원력이 최소 5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만큼 경영권을 뺏길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이번엔 끝낼까
조 명예회장은 조 고문이 이번엔 사모펀드와 손잡고 반기를 든 것에 대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고문은 2020년 조 명예회장이 조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자 공식 반발했다. 법원에 한정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조 명예회장의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작년 4월 1심은 조 고문 측 청구를 기각했고, 조 고문 측은 이에 불복해 항고했다.조 회장이 올해 계열사 부당 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돼 이번 공개매수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MBK 측도 ‘지배구조 개선’을 주요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그러나 3년 전 정당한 경영권 승계에도 불구하고 ‘형제의 난’을 일으켜 지배구조를 흔든 조 고문 측이 지배구조를 명분으로 삼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타이어 내부에서도 MBK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한국타이어 노조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결사반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모펀드는 회사 자산을 약탈하고, 단기 수익성에 급급해 노동자 권리를 파괴하고 무시하는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김일규/차준호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