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한은행 본점 직원인데…" 전화 걸어 3억 뜯어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중은행 본점 직원을 사칭한 후 대환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약 3억 원을 뜯어낸 보이스피싱 조직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피해자에게 약 3억 원을 수거해 조직에 전달한 혐의(사기 방조죄)로 전달책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A씨는 지난 7월 피해자 B 씨의 거주지인 서울 신사동에서 현금 2억9000만원을 수거한 뒤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A씨가 속한 보이스 피싱 일당은 제2금융권의 대출 금리인 약 8%를 저금리로 갈아타기 위해 대환 대출을 알아보고 있던 B씨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B씨에게 "신한은행 본점 직원인데 정부 정책자금 지원정책을 이용해 기존 대출을 3.5% 금리로 대환 대출을 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010'으로 시작되는 개인 번호를 이용해 B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당들은 신한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김 XX' 라고 소개하는 등 직원 이름을 사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본점에 전화를 걸어 동명이인의 직원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실제 은행 직원이라고 믿게 됐다.김 씨는 B씨에게 카톡을 이용해 앱을 깔라고 지시했다. 핸드폰 내 원격조정이 가능한 악성 앱이었다. B씨는 “해당 앱을 포함해 총 4개의 앱을 깔고 난 후 원격 조정을 당했다”며 “주변 지인들과 전화 통화도 차단돼 아무런 연락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피해자의 휴대폰에 앱이 깔리자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김 씨는 태도를 바꿔 피해자에게 기존 대출의 대환 과정이 대환대출 약관상 위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에서 B씨의 은행 계좌를 정지시켰다고 속였다. 이후 약관이 위반돼도 대환대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현금 3억원을 준비하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현금 납부, 대출 납부확인서 위조 등을 준비했다. 김 씨는 피해자에게 "계좌로 자금이 이동되면 추적이 되니 현금을 준비하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약 2억 9000만원을 전달책 A씨에게 건넨 B씨는 뒤늦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전달책 A씨를 붙잡았다"며 "경찰 조사를 거쳐 지난 10월 말 검찰에 송치됐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