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톡' 이틀 만에 대표 전격 교체…카카오 '쇄신 신호탄'?

잇단 CEO 리스크 경험…첫 여성 CEO 내세워 네이버와 경쟁 구도
'먹통 사태'로 단독 대표 된 홍은택, 전방위 위기에 결국 퇴진
회사 안팎의 강력한 쇄신 압박을 받아온 카카오의 이에 대한 응답은 대표 이사 전격 교체였다. 카카오는 13일 오전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현재 공동체(그룹) CA협의체에서 사업 총괄을 담당하는 정신아(48)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신임 단독 대표로 내정했다.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브라이언톡'에서 연내 카카오를 비롯한 경영진 교체 발표를 시사한 김 창업자의 발언 이틀 만이다.

2년 10개월 만에 직원들과 간담회에 나선 창업자의 인적 쇄신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내정자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으로, 취임하면 카카오의 첫 여성 대표가 된다.

네이버는 작년 3월부터 최수연(42) 대표가 이끌고 있어 국내 양대 플랫폼이 모두 40대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수장을 맡아 경쟁하는 구도가 될 전망이다.

정 내정자는 정보기술(IT) 업계에 오랜 기간 몸담으며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데 특화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14년부터 카카오벤처스에 몸담은 그에 대해 한 직원은 "소탈하고, 구성원과 늘 소통하려는 리더"라며 "통찰력과 인품을 모두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는 그간 잇단 CEO 리스크로 몸살을 앓아왔다.

2021년 11월 카카오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당시 카카오페이 대표는 같은 해 12월 카카오페이 임원들과 함께 카카오페이 주식 900억원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 개인적으로 약 469억원을 현금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는 카카오페이 상장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류 전 대표는 작년 1월 내정자 신분에서 물러난 뒤 카카오페이 대표도 임기를 약 두 달 남기고 내려놨다.
경영진 '먹튀'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등판했다가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먹통'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남궁훈 전 대표는 재직 시절 책임경영을 다짐했지만, 지난 상반기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로 94억3천200원의 차익을 챙겨 세간의 입길에 올랐다.

2015년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카카오 단독 대표를 맡았던 임지훈 전 대표는 598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라며 카카오벤처스(옛 케이큐브벤처스)와 소송을 벌이다 지난달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에 나설 예정이다.
카카오 CEO 리스크는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경영쇄신위원장)도 예외가 아니다.

한 시민단체는 김범수와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김범수와 홍은택 카카오 현 대표 등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사건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소 의견으로 송치돼 현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검찰은 자본금 1억원에 수년째 영업손실을 내던 드라마제작사를 200억원이란 고가에 인수한 의혹과 관련해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 회사 이준호 투자전략부문장도 수사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카톡 먹통 사태로 단독 대표에 오른 홍 대표는 전방위로 확산한 카카오의 위기를 수습하지 못한 채 내년 3월 퇴진을 앞뒀다.

홍 대표는 이날 사내망에 올린 글에서 "지난 1년여 동안 크루(직원) 여러분을 많이 힘들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라며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썼다. 그러면서 "시나(정신아 대표)가 잘할 수 있도록 돕고 리더십 교체 과정에서 경영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