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효성화학 '반도체 세척' 특수가스 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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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와 거래…'알짜' 사업▶마켓인사이트 12월 13일 오후 2시 21분효성화학이 반도체 세척에 쓰는 삼불화질소(NF3)를 생산하는 특수가스 사업부를 분사한 뒤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선다. 글로벌 선두권 점유율을 가진 알짜 사업임에도 본업인 화학 부진에 묻혀 있던 사업의 가치를 재평가받는 동시에 신규 자본 수혈로 재무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자사의 특수가스 부문을 자회사로 떼낸 뒤 국내외 연관 기업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측은 투자자에게 최대 49%의 지분을 넘길 계획이다. 신설 회사의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길 희망하고 있다.
대규모 외부 투자 유치도 추진
분사기업 가치 1조 이상 '기대'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부문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물질을 세척하는 데 쓰이는 NF3를 생산한다. 올해 8월 충북 청주 옥산공장에 약 1200억원을 투입해 연산 2000t 규모의 NF3 생산시설 구축을 완료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연산 6000t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춘 울산 용연공장을 합치면 연산 8000t 규모의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생산량 기준 세계 1위인 SK스페셜티(1만3500t)와 2위인 중국 페릭(9000t)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비롯한 국내 반도체 회사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보여왔다.다만 특수가스 부문이 사업부로 묻혀 있어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다는 게 시장의 진단이었다. 효성화학은 올해 3분기까지 여덟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창사 후 최대 위기에 놓여 있다. 주력 사업인 폴리프로필렌(PP)의 수요 부진이 이어지며 2021년 1조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3261억원으로 줄었다. 이 기간 NF3 사업 부문은 흑자를 유지하며 성장세를 보였지만 전체 기업가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투자 유치가 마무리되면 효성화학은 재무 부담을 한층 덜게 된다. 효성화학은 PP 생산 설비 구축을 위해 베트남 법인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면서 연결기준 부채 비율이 2021년 말 174%에서 올해 9월 말 3475%로 급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재무 부담 증가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지난 8일 효성화학 신용등급(A-)을 ‘부정적’으로 조정한 바 있다. 회사는 PP사업의 손실폭을 줄이고 신규 투자금을 통해 연결기준 부채 비율을 낮춰 신용등급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