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스타트업 키워드는 'S · T · A · R' [긱스]

2023 스타트업 생태계 결산

기업 대상 SaaS 업체 대약진
닥터나우 등 비대면진료社 '흔들'
신규 AI서비스 스타트업 쏟아져
경영전략은 수익성 위주 재편
올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스타트업의 주목도가 높아진 반면 코로나19로 성장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은 서비스를 접는 등 부침을 겪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테마가 부상하면서 AI 응용 서비스를 내놓은 회사는 크게 늘었다. 적자를 감수하고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리는 데 집중한 과거의 스타트업 성장 방정식은 투자 혹한기를 맞으면서 수익성을 증명하는 쪽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B2B SaaS에 ‘주목’

올해 대형 투자는 SaaS 스타트업 등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 쏠렸다. 국내 유니콘기업 중 상당수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플랫폼이었던 것과는 달라진 양상이다. 업무 자동화 SaaS를 개발한 무하유는 최근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 라운드에서 150억원을 유치했고, 애프터케어 SaaS 애프터닥을 운영하는 메디팔은 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업무용 협업 툴 잔디를 운영하는 토스랩, 챗봇 운영사 채널코퍼레이션 등도 해외에서 실적을 올렸다.

디지털 전환이 빨랐던 B2C 플랫폼과는 달리 B2B SaaS는 아직 많은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이 진행 중이다. 기업들이 외부 서비스를 쓰는 데 거리낌이 없어지면서 다양한 SaaS 스타트업과 계약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B2B SaaS 시장이 서비스별로 세분화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위기

문을 닫거나 사업모델을 바꾼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속출했다. 나만의닥터는 지난 8월을 끝으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일단 접었다. 업계 대표 격인 닥터나우도 건강기능식품과 실시간 의료상담 등 다른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똑닥은 오는 31일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코로나19 위기단계가 경계로 하향되면서 비대면 진료 허용 범위가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반발한 영향이 컸다. 정부의 계도기간 종료 후 플랫폼업체들의 하루평균 진료 요청 합계는 5월 5000건에서 9월 265건으로 줄었다.

15일부터 비대면 진료 기준이 완화되면서 관련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다시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8월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종료했던 나만의닥터는 서비스를 재개하기로 했다. 올라케어는 야간에 비대면 진료를 예약할 수 있는 신규 기능을 도입하기로 했다.

AI 응용 서비스 봇물

챗GPT로 촉발된 생성 AI 돌풍은 올해 스타트업 업계의 가장 큰 테마였다. AI 스타트업이 모여 9월 생성AI스타트업협회를 출범시켰다. 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AI기업은 2000곳에 달한다. 한국형 생성 AI 탄생을 주도하기 위한 한국생성AI파운데이션(KGAF)도 생겼다.빅테크를 중심으로 하는 초거대 AI 개발과 함께 스타트업 업계에선 이를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하는 응용 서비스들이 빠르게 출시됐다. 뤼튼은 문서 요약, 이미지 생성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업스테이지의 AI 챗봇 서비스 아숙업은 GPT4와 업스테이지의 광학문자판독(OCR) 기술을 결합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올거나이즈는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찾아주는 AI 인지검색 솔루션 알리앤서를 제공한다.

재설정된 성장 방정식

적자를 내던 스타트업들이 흑자로 전환했다는 소식이 연달아 나왔다. 온라인 클래스를 제공하는 클래스101은 9월 월간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4분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대규모 감원을 하면서 비용을 절감했다. 브랜드 지주회사 블랭크코퍼레이션, 트래블테크 기업인 마이리얼트립, 리멤버 운영사 드라마앤컴퍼니 등이 월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투자 호황기 때 빠른 성장을 지향하던 스타트업들의 생존 전략이 완전히 바뀐 모습이다. 투자심사역들이 자금 집행을 꺼리는 가운데 수익성을 증명하기 위해 구조조정과 수익모델 다변화에 나선 스타트업이 많다.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