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도시락 싸는 노예냐"…주부 유튜버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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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점심 도시락 싸주는 女 유튜버들출근하는 남편이나 남자친구의 점심 도시락을 싸주는 여성 유튜버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일각에서 이런 유튜버들을 향해 거센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가부장제 체제 선전에 앞장선다'는 주장이다.
"가부장제 체제 선전에 앞장선다" 비판
"사랑으로 싸주는 게 왜 문제 되나" 반박
14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남편 점심 만들기 유튜브, 뭐가 문제냐면요'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글은 지난 8월 한 시민 A씨가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로, 최근 온라인상에서 재조명받고 있다.A씨는 글에서 남편의 점심 도시락을 싸주는 유튜브 콘텐츠를 언급하면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행동이 다른 이에게 주는 파급력을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 힘을 잘 들여다보면 '내조하는 여성'으로서의 가치를 치켜세우는 모순이 있다. '현모양처', '참된 여성'이라는 말이 칭찬 댓글로 달릴 때마다 여성의 요리가 바깥일 하는 남편을 보조하는 역할로 고정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또 "오랜 시간 동안 도시락과 뗄 수 없던 관계에 있던 주체는 여성이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남성 노인 4명 중 3명이 아내 등 배우자가 조리한 식사에 의존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남성은 일과 존중, 여성은 요리와 정성이라는 단어로 애정을 표현하는 게 이상적인 부부 모델로 굳어진다면 사람들의 인식 속에 가부장제가 회귀할 것이다. 천사 혹은 참된 아내라는 말이 칭찬이 되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이 채널을 보고 살뜰히 내조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짚었다.A씨는 맞벌이하는 여성이 남편의 도시락을 싸주는 콘텐츠에는 특히 더 격렬한 반응이 일었다고 세간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 여성 노동권의 표어가 되는 현실에서 맞벌이 여성 배우자의 도시락이란 초과 노동의 초과 노동이라는 생각 때문"이라며 "결국 여성의 밥상을 받는 남성이 최고라는 말, 결혼해서 '큰아기·큰아들'이 되는 남성은 언제나 돌봄과 가정일에 무지해도 된다는 시그널이 유튜브를 통해 침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A씨의 글이 확산하면서 일부 온라인에서는 A씨의 글에서 언급된 유튜버를 향한 비하가 쏟아졌다. 한 여성 전용 커뮤니티에서는 "혼자서 시종 짓 하고 살아라", "밥 해주는 노예 자체", "무식한 애들은 백날 말해도 모른다. 시종을 자처한다", "가부장제 체제 선전에 앞장선다" 등의 비판이 나왔다.
반면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포착됐다. "새벽 6시든 밤 6시든 서로 간에 합의가 됐다면 괜찮은 것 아니냐", "일방적으로 시킨다면 문제겠지만 사랑하는 마음에서 도시락을 싸주는 게 왜 문제가 되냐", "유튜버 부부의 상황을 알지도 못하면서 비하하는 것은 오지랖" 등의 반응이다.A씨가 언급한 유튜버는 채널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한 가정 안에서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