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후퇴한 英 경제…영란은행, 금리 인하 서두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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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부진하며 뒷걸음질 쳤다.

13일 다우존스와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영국의 10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월보다 0.3%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0.1%보다 낮은 수치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9월 0.2% 성장한 영국 GDP가 10월엔 변동이 없을 것이란 것이었다.영국 통계청은 "서비스 활동과 제조업, 건설 생산량 등 3개 영역이 모두 부진해 GDP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GDP의 월별 변동은 변동성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수치는 영국 경제가 모멘텀을 잃고 있다는 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임금 상승률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난 데 이어 영국 경제의 냉각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의 10월 GDP는 전년 대비로는 0.3% 증가했는데, 이 역시 예상치보다 좋지 못했다.

작년부터 고강도로 진행돼 온 긴축(금리 인상)의 여파가 영국의 경제 성장을 위축시킨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앞으로 영란은행(BOE)이 금리를 올리기에는 어렵다는 데 베팅했다. 오는 14일 통화정책회의를 진행하는 영란은행은 연 5.25% 수준인 현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금리 인하로 빠르게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13일 GDP 발표 직후 파운드화는 달러화 대비 0,3% 약세인 1.2519달러로 마감했다. 영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05%포인트 하락한 연 3.9%를 기록하는 등 국채는 강세를 보였다. 트레이더들이 영란은행이 내년에 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베팅을 늘리면서다. 현재 시장은 2024년까지 네 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 말에 기준금리가 연 4.2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영국 공인회계사협회의 수렌 티루 경제 담당 이사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차입 비용이 11월과 12월의 경제 활동마저 억누를 것"이라며 "경제를 성장시키려는 리시 수낙 총리의 목표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제레미 헌트 부총리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가 제 역할을하는 동안 경제 성장률이가 뒤처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가을 예산안에서 발표된 기업 세제의 대폭적인 감세는 이제 경제가 다시 성장하기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