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나고 너무 몰렸나…빗장 잠그는 '이민의 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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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은 영미권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이민자를 적극 수용하던 영미권 국가들이 다시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급증한 이민자들이 주거난, 의료비 인상 등 사회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다.
팬데믹 끝나자 이민자 목표치 2배 상회
주거난·의료비 인상 등 주범으로 거론
"사회적 무질서는 중요한 투표 동기"
영미권 비자발급 기준 강화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영미권에서는 이민이 공통의 화두로 떠오고 있다. WSJ이 이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내년 미국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이민'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3%로 인플레이션(6%) 보다 두 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조사와 비교해 인플레이션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같았지만 이민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이민자의 나라로 불리는 호주도 이민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클레어 오닐 내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영어 시험 등급을 높여 유학생 비자 규정을 엄격하게 하고, 체류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비자를 두 번째로 신청할 경우 더 면밀한 조사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지난 호주 회계연도(2022년 7월~2023년 6월) 51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순이민자 수를 내년과 내후년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영국도 비자 발급 기준을 강화하며 이민 문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4일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내무장관은 내년부터 외국인 숙련 노동자 비자 발급 시 임금 최저 기준을 2만6200파운드에서 3만8700파운드로 5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요양보호사는 가족 동반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클레벌리 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영국으로 오는 이주민이 너무 많아서 줄여야 한다"며 "우리는 역대 그 어떤 정부보다 강력한 조처를 한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내년부터 유학 허가를 얻기 위한 생활비 증명금액을 인당 1만 캐나다달러에서 2만635캐나다달러로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학생의 경우 첫 해 수업료를 낼 수 있다고 입증해야한다. 유학생이 졸업 후 취업비자 없이 일할 수 있는 기간도 축소한다.
다시 몰려든 이민자, 주거난 주범으로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이 다시 이민의 문을 좁히는 것은 팬데믹 기간 통제됐던 이민 물결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며 정치적 반작용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영미권 국가들은 팬데믹 이전에도 이민을 경제성장의 주 동력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 국경 봉쇄로 이민이 뚝 끊기자 노동 공급이 줄었고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인플레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이민의 문호를 활짝 연 것이다. 올해 6월까지 1년 간 캐나다 이민자는 110만명으로 연간 목표치인 50만명의 두 배를 넘겼다. 지난해 영국 순이민자는 74만5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 전 해인 2015년의 37만명의 두 배 수준이다.
급증한 이민자는 각종 사회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캐나다 여론조사기관이 레거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75%는 이민자들이 주택문제를 악화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의료문제와 교육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응답도 각각 73%, 63%에 달했다. 지난 7월 호주 공공문제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 호주 도심지에 신규 공급된 주택의 70%를 유학생들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은 이민 문제에 대한 유권자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평가다. 루이 테세이라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가와 국경의 질서가 무너지고 통일성이 의심받고 있다"라며 "사회적 무질서는 잠재적인 유권자들의 투표 동기로서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고 영국과 캐나다는 조기 총선을 치를 수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