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뛰어넘었다"…돌변한 파월 Fed 의장에 시장 '환호'

"긴축정책 되돌릴 시점에 대한 질문이 시야에 들어와"
"금리 정점 도달한 것 시인"
내년 침체 가능성은 낮게 봐

시장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이었다" 평가
사진=로이터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보인 모습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FOMC 직전까지만 해도 뉴욕 월가에선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뜨거운 기대를 식히기 위해 신중한 발언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여느 때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보였다. 인플레이션은 둔화하고 있으며, 금리도 정점을 찍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을 두고 이날 뉴욕 증시는 일제히 급등했다. 사실상 인플레이션 승리 선언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4% 밑으로 떨어졌다.

“금리 정점에 도달”

이날 정책결정문엔 ‘FOMC는 시간을 두고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에 적절한 ‘그 어떠한(any)’ 추가 긴축의 정도를 결정할 때 통화정책 긴축의 누적, 시차 등을 고려할 것’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지난 11월엔 ‘그 어떠한’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이를 두고 시장은 FOMC 내 분위기 변화를 감지했다. 추가 긴축의 정도를 결정할 때 금리 인하도 선택지에 포함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파월 의장 또한 ‘그 어떠한’이라는 단어를 쓴 것을 두고 “(금리) 인상 주기의 정점에 도달했거나 근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인하는 측면에서 추가한 단어”라고 설명했다. 더이상의 긴축은 없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파월의 비둘기파적 발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긴축 정책의 수준을 언제 되돌리는 게 적절하겠느냐는 질문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는 오늘 (FOMC) 회의에서도 논의됐다” 고 설명했다.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를 시사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만큼 미국 경기 상황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자리에서도 경기 침체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경기 침체를 피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냐”는 질문에 “경기 침체 가능성은 항상 있지만 가능성은 작다”고 답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 노동 시장도 안정되고 있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일자리 증가세와 노동시장 참여율이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10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870만건으로 전월 대비 61만7000건 감소했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구인 건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940만건에도 크게 미달했다. 파월 의장은 특히 “실업률이 많이 증가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물가 상승 폭이 둔화한 것은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예상보다 비둘기파적”

파월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시장에선 일제히 “예상보다 훨씬 비둘기파적”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프랑스 은행인 크레디아그리콜(CACIB)은 “정책결정문에서 ‘그 어떠한’을 추가한 점, 점도표에서 내년 75bp 인하로 전망한 점이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이다”고 평가했다. 이날 Fed는 점도표에서 내년 연말 금리 전망치를 연 4.6%로 낮췄다. 만일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한다면 앞으로 3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씨티은행은 “파월 의장이 필요할 경우 추가 긴축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을 듯하다”며 “내년 연내 1% 포인트 인하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선 내년 3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4일 오전 1시(현지시간) 기준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내년 3월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확률을 71.1%로 반영했다. FOMC 결과 발표 직전에는 46.7%였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