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장사꾼의 신념과 사명

황성윤 이랜드이츠 대표
최근 고객 게시판에 40대의 남성 고객이 등록한 글을 읽고 크게 감동을 받았다. 이분은 “우리 동네에 매장을 오픈해줘서 정말 고맙다. 덕분에 합리적인 가격에 가족들이 만족스러운 외식을 했다. 다음주에 또 방문하겠다”며 게시판에 이용 후기를 등록했다. 외식 비즈니스를 하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이만한 칭찬이 없다. 고객의 칭찬과 격려는 우리 모두에게 힘이 되고 ‘왜 일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원동력이 된다.

필자가 임직원들에게 반복해서 하는 말이 있다. 기업은 물론 비즈니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이를 주주 또는 사회에 환원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객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해야 하며, 외식비에 대한 가격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우리 기업의 사명이자 신념이라고 얘기한다. 이러한 사명과 신념이 없는 기업은 결코 오래가기 어렵고, 이윤만 추구하다 결국 고객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늘 마음에 담아두고 기억하는 사례는 ‘월마트’의 창업이다. 인구 3000명도 안 되는 시골 마을의 작은 잡화점을 글로벌 유통기업 월마트로 키워낸 샘 월턴은 “월마트가 낭비하는 1달러는 고객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라며 “고객을 위해 1달러를 절약할 때마다 경쟁에서 한 걸음 앞설 수 있다”는 신념을 발로 뛰며 구체화했다.

‘최저가격, 고객만족’이라는 사명을 통해 고객의 주머니를 지켜주고자 했던 샘 월턴의 신념은 불황에 더욱 빛났고 세계 경제 위기에서도 월마트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이 전략은 경영자 신념과 일치하고 매우 간결하면서도 명료하다. 일정 기간, 특정 제품만 할인하는 다른 유통점과 달리 전 제품을 가장 낮은 가격으로, 상설 할인한다는 얘기다. 즉, ‘옆 가게보다 모든 물건을 조금이라도 싸게 팔아 성공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월마트는 손실을 보면서도 이 신념과 가치를 유지하고자 부단히 노력했고, 확보한 고객을 통한 비즈니스 확장으로 연간 3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외식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기사가 자주 눈에 띈다. 실제로 외식을 해보면 피부로 체감이 되는 수준의 물가다. 국밥 1만원, 냉면 1만2000원, 돈가스 1만5000원…. 식사 후 커피나 음료 등을 마시면 한 끼에 2만~3만원 이상을 지출하게 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실제 식자재 물가가 지난 2년 사이에 너무 많이 올랐다. 인건비도 계속 상승하고 있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외식업계의 결정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필자는 요즘 ‘고객이 원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해결해야 한다’고 마음속에 새겨보곤 한다. 이는 개인적 신념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비즈니스는 단순하면서도 정직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