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MBTI 테스트 북극곰과 성탄절 파티…속까지 꽉 차야 팝업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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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성수의 매력은 ‘모순’이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독특한 공간의 뒤섞임에서 많은 이는 영감을 얻는다. 스트리트패션의 선두 주자인 디스이즈네버댓의 성수사옥 옆엔 아주 오래된 고물상이 그대로 있다. 그래서 성수에선 누구에게나 기회의 문이 열려 있다. 요즘 말로 ‘힙’한 브랜드는 성수의 낡음으로부터 레거시(유산)를 얻는다. 변신을 꾀하는 ‘올드보이’도 성수에선 노력 여하에 따라 젊은 세대들의 놀이터로 변신할 수 있다. 성수는 ‘신데렐라의 호박마차’ 같은 곳이다.
성수동 팝업의 진화
인증샷 명소 넘어 즐길거리 꽉 채워
카누 팝업, 커피 취향별 체험 코너 구성
코카콜라는 美 가정집 콘셉트로 꾸며
성수는 치열한 팝업 전쟁터
성수동에선 매주 60개 안팎의 팝업스토어가 태어난다. 팝업스토어는 말 그대로 떴다가 진다. 짧으면 2~3일, 길어야 몇 달인 삶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자 한껏 꾸민다. 팝업스토어들은 살아남기 위해 진화를 택했다. 단순 ‘인증샷’ 성지가 되는 것은 화려한 빈껍데기라는 걸 깨달아서다. 외관을 꾸미는 걸 넘어 사람들이 최대한 많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변하고 있다.수십 년간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해 온 ‘고인 물’ 기업들도 변신을 위해 성수를 애용한다. 동서식품의 팝업스토어 ‘카누 온 더 테이블’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부터 예사롭지 않다. 커다란 커피잔 모양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입장과 함께 커피 취향을 묻는 설문이 시작됐다. 일종의 커피 성격유형검사(MBTI)다. 또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자 미니어처 전시관이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를 형상화한 곳이다. 커피 캡슐을 활용한 작은 주방, 인스턴트 커피로 꾸며진 사무용 책상, 에스프레소바에서 커피를 마시는 미니어처들이 반겨줬다.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에서 암막 커튼을 헤치고 들어가니 네모난 탁자가 나왔다. 테이블 밑에 입장 때 받은 카드를 댔더니 커피 영상이 나왔다. 영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각자의 커피 MBTI에 따라 각기 다른 영상이 나오도록 설정됐다. 영상이 끝나면 테이블에 커피 한 잔이 놓인다. 방금 전 영상에서 본 그 캡슐 커피다.
이곳은 단순히 커피를 소개하는 공간을 넘어 방문객의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른 경험을 하도록 꾸며졌다. 팝업스토어를 모두 둘러보면 처음 골랐던 자신의 취향에 일치하는 커피를 시음할 수 있다. DIY 샘플 패키지를 만들 수도 있다. 다양한 인스턴트 커피와 캡슐 커피 제품 중 여섯 가지를 고를 수 있다. 이 박스는 세상에서 작은 카페라는 콘셉트에 맞춰 펼치면 작은 테이블 모양으로 변신한다.
올드보이들도 성수에선 변신 무죄
오래된 브랜드들은 스토리를 가미한 체험형 팝업스토어로 젊은 층을 사로잡고 있다. 소비자들이 팝업스토어를 경험하면서 자연스레 브랜드아이덴티티(BI)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선 방문객들도 나설 때쯤엔 자연스레 해당 브랜드에 대한 친숙도가 올라가도록 설계됐다.지난달 성수동을 뜨겁게 달궜던 선양소주의 팝업스토어 ‘플롭 선양’이 대표적이다. 방문객이 선양소주를 상징하는 고래를 만나러 가는 여정에 따라가도록 구성됐다. 팝업스토어 내부에 설치된 거대한 물길 위로 선양소주 병뚜껑 모양의 배를 타고 이동하도록 했다. 배를 타고 건너온 방엔 짙은 푸른 천을 흔드는 바람이 불어오고, 이어지는 공간엔 푸른 모래사장이 나타난다. 선양소주의 상징색인 푸른색을 계속 노출하며 마지막에 거대한 미디어아트가 펼쳐진 방에선 최종적으로 선양의 상징 동물인 고래를 만날 수 있다.미국 가정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GS25 도어투성수점에 개설된 ‘코카콜라 크리스마스 파티’ 팝업스토어도 마찬가지다. 코카콜라의 상징인 북극곰이 벽난로와 크리스마스트리로 꾸며진 공간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방문객은 대형 북극곰 조형물, 북극곰 탈을 쓴 직원들과 다양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방문객 김민정 씨(30)는 “한국에는 없는 크리스마스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며 “브랜드 정체성을 느끼다 보니 코카콜라에 대한 친숙도가 훨씬 올라갔다”고 말했다.
송영찬/김세민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