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치우자…자동 이착륙 드론, 900만弗 수출

규제샌드박스 5년 성과

규제로 美 가려던 아르고스다인
산업융합 특례로 사업화 길 열려

VR시뮬레이터·공유미용실 등
특례 건수의 절반 이상 상용화
수혜 기업 매출도 해마다 급증
무인운영 드론은 스스로 이동식 정류장에 이착륙하고 비행하며 입력된 임무를 수행한다. 사람이 조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산업·치안·군사용 등 폭넓게 쓰일 수 있다. 2018년 정승호 대표가 창업한 무인운영 드론 개발·제조사 아르고스다인은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방범용 드론, 장갑차용 드론, 현대건설 공사 현장용 드론 등을 만들어 납품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에서는 드론이 침입자를 감시하는 동시에 미세먼지 수치를 점검하고, 장갑차 외부에서는 군인을 대신해 척후병 역할을 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로 국내서 드론 실증

지금은 아르고스다인을 국내에서 손꼽히는 드론 스타트업으로 키웠지만 정 대표도 ‘이럴 바엔 미국에서 사업해야겠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개인정보보호법, 항공안전법 등 거미줄 같은 국내 드론 규제에 좌절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르고스다인은 2020년 미국 법인을 세워 현지 직원까지 고용했다. 미국은 비가시권 드론 비행을 일부 허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드론이 사람의 시야 안에서만 비행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 실증이 쉽지 않다.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아르고스다인을 국내에 남게 했다. 미국 사업을 준비하던 정 대표는 2019년 시작된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특례에 초점을 맞췄고, 지난 3월 ‘화재감시, 학생범죄 예방용 드론 자동운영 시스템’ 실증 특례를 얻었다. 이를 통해 현재는 부산대 캠퍼스 내에서 자유롭게 무인 드론을 운영 중이다.

정 대표는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특례를 얻으면서 샌드박스 외 다른 규제와 관련한 승인도 손쉽게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국내 사업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아르고스다인은 국내에서 사업을 실증하면서 최근 북미·중남미 시장에서도 약 900만달러 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공유미용실은 창업비용 절감

2019년 1월 시작된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제도는 다음달 5년째를 맞는다. 첫해 39건에 불과하던 특례 건수는 2020년 63건, 2021년 96건, 지난해 129건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138건을 승인했다. 총 465건의 특례에서 238건의 신사업이 상용화돼 세상에 나왔다. 수혜 기업이 쌓이면서 해당 기업들의 매출은 2020년 257억원, 2021년 472억원, 지난해 986억원, 올해(3분기 누적) 2612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사업화된 아이디어들은 실생활을 바꾸고 있다. 공유미용실이 대표적이다. 현행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상 1개 영업장에서 2개 이상의 미용실이 영업할 때 시설과 설비를 공유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시설·설비 공유가 허용되면서 창업자들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인테리어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굴삭기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는 대형 굴삭기 운전 자격증을 따려는 이들이 VR로 연습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현행법상 실제 굴삭기로 실습훈련을 해야 하지만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받으면서 교육현장은 굴삭기 도입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게 됐다.택시 승객이 내릴 때 여는 문과 오토바이가 충돌하는 사고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는 기존 비상등과 혼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택시 뒤편에 ‘하차 중’이라는 점멸등을 달 수 없게 돼 있지만 실증 특례로 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