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2차전지 핵심 원자재…'하얀 석유'로 불리죠

리튬
캐나다에 있는 한 리튬 광산의 모습. 한경DB
아무리 좋은 스마트폰이라도 배터리가 나가면 무용지물이다. 거의 모든 기기가 전자화되는 디지털 세상에서 배터리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반도체에 이어 2차전지가 차세대 유망 산업이라는 얘기를 경제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이유다. 사실 2차전지의 사전적 의미는 간단하다. 일반 건전지처럼 방전되면 수명이 끝나는 배터리는 1차전지이고, 충전해서 다시 쓸 수 있는 배터리는 2차전지다. 수십 년 전부터 쓰여온 2차전지가 ‘폭풍 성장’을 맞으게 된 계기는 전기차의 보급이다.

배터리 양극재에 활용…전기 충전 돕는 역할

세계 각국은 내연기관차를 점진적으로 퇴출시키고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보급을 촉진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함께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국내 간판 배터리 업체다.전기차 바람을 타고 ‘귀하신 몸’이 된 원자재 중 하나가 리튬(lithium)이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40%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 구성 요소인 양극재에 채워져 전기를 생성하고 충전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 배터리에는 리튬이 30g 들어가는 반면 전기차 배터리엔 30~60㎏이 필요하다. 쉽게 산화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예전부터 스테인리스강 생산에 많이 쓰였는데, 최근 2차전지용 수요가 폭증하는 추세다. 또한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배터리 용량이 커서 고성능 차량에 탑재된다.

문제는 우리나라 땅에서는 리튬이 나오지 않아 수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다. 리튬은 세계 매장량의 60%가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 일대에 치중돼 있다. 그중 상당량이 중국에서 가공돼 다시 세계 각국으로 공급된다. 채굴된 리튬을 배터리에 쓸 수 있도록 고순도로 제련하려면 상당한 노동력 투입과 환경오염이 불가피한데, 이걸 중국이 잘해서다. 다른 원자재와 달리 리튬의 국제 시세는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로 매겨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 수입국을 다양화하는 한편 리튬 광산을 직접 사들이는 등 원자재 공급망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어지러운 급등락…양극재 기업에 부담

‘하얀 석유’로 불릴 만큼 고공 행진을 하던 리튬값이 최근 급락세로 돌변했다. 탄산리튬 가격은 12월 6일 기준 톤당 9만500위안(약 1650만 원)을 기록, 2021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0만 위안 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11월 톤당 60만 위안에 육박하던 것이 1년여 만에 80% 이상 폭락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리튬값의 ‘롤러코스터’는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 양극재 업체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3~4개월 전에 비싸게 사서 보관해둔 리튬으로 양극재를 생산해 팔면 손해이기 때문이다. 세계 전기차 수요도 둔화되고 있어 배터리 업계가 한동안 실적 부진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튬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광물”이라며 “가격이 추가 하락한다면 양극재 업체들이 감산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