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대리인이 자기 이익을 추구할 때 문제가 생기죠

(61) 주인-대리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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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하는 ‘불완전판매’는 잊을 만하면 뉴스에 나오는 소재입니다.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단기 실적을 위해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죠. 이런 문제를 설명하는 경제 이론이 있습니다. 바로 ‘주인-대리인 문제’입니다. 수능에서는 비문학 지문이나 토론형 문제 등으로 다양하게 출시될 수 있는 소재입니다.

주인-대리인 문제란

주인-대리인 문제는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요. 계약을 통해 자신의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사람을 주인이라 하고, 그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사람을 대리인이라고 해요. 은행을 예로 들면, 은행이 주인이고 영업창구에 앉아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이 은행의 대리인인 셈이죠. 대부분의 고용 관계에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문제는 이 관계에서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행사할 때 발생합니다. 금융상품 판매자가 자신의 단기 실적이란 이익을 위해서 회사가 정한 규칙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불완전판매’를 하는 것도 그중 하나의 사례죠.

주인-대리인 문제가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는 근본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비롯됩니다. 대리인은 자신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계약대로 일하는지, 아니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죠. 하지만 주인은 대리인의 속내를 알 수 없습니다. 대리인이 문제를 일으키면 이에 따른 손해 비용이 발생할 수 있죠. 이 비용은 회사와 주주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전형적인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실제 사례는

주인-대리인 문제는 생각보다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해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상업은행인 영국 베어링 은행은 직원의 불법 행위로 인해 파산에 이르렀어요. 한 직원이 통제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엄청난 자금을 일본과 관련된 각종 고위험 자산에 투자했고, 고베 대지진이 나며 일본 주가가 급락하자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렸죠. 이때 자본 규모를 초과하는 13억 달러의 손해를 입었고, 베어링 은행은 1995년 네덜란드 ING그룹에 단 1파운드에 매각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국회의원 선거도 국민의 대리인을 뽑은 일이죠. 하지만 국회의원이 국민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면서 문제가 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특정 시민단체가 특정 목표를 위해 돈을 모금한 뒤 이를 사적으로 유용하는 것도 문제가 된 사례 중 하나입니다.

해결 방법은

그렇다면 주인-대리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우선 본질적으로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는 사람의 마음과 연관돼 있어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이 대리인을 감시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기업 내 감사팀의 역할이기도 하죠. 하지만 감사팀의 역할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도적 유인책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경제학에서는 대리인의 일탈을 막기 위한 방법을 ‘유인설계’라고 설명합니다. 주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대리인 스스로에게도 이익이 되도록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대표적인 예가 ‘인센티브(성과보상)’입니다. 직원이 자신의 업무 성과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이익 추구 욕구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전문경영인의 경우라면 ‘스톡옵션’을 받는 방법도 있죠. 스톡옵션은 회사의 주식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산 뒤 일정 기간이 지나 되팔 수 있는 권리입니다. 회사의 이익이 훼손되면 곧 자신의 이익이 훼손될 수 있으니 주인-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게 되죠.

고윤상 기자

NIE 포인트

1. 주인-대리인 문제는 왜 생기는걸까.2. 주인-대리인 문제가 발생한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3. 참호 구축은 무엇이고 왜 생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