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각기 다른 분야 이론도 상호 영향 주고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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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이론의 원용과 이용
‘수반’이라는 개념은 어떤 속성들과 다른 속성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용어인데, 윤리학 분야에서 논의되기 시작해 다른 분야로 확산했다. 수반론에 따르면 도덕적 속성과 비도덕적 속성(자연적 속성)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자는 선한 사람이다”라고 말하면서 공자와 동일한 상황에 부닥쳐 있고 그와 동일하게 행동하지만 선한 사람이 아닌 그런 사람이 있다는 주장은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도덕적 속성은 비도덕적 속성에 의존하기 때문에 비도덕적 속성에서 동일한 두 개인은 도덕적 속성에서도 동일하다.
이러한 논의의 영향을 받아 미학에서도 미적 속성과 비미적(非美的) 속성 사이에 미적 수반이 존재한다고 보는 미학자들이 나타났다. 시블리에 따르면 미적 속성은 감상자가 미적 감수성을 발휘해야 지각할 수 있는 속성이고, 비미적 속성은 시각과 청각 등의 지각 능력을 발휘하면 충분히 지각할 수 있는 속성이다. 미적 수반이란 한 작품의 미적 속성이 그 작품의 비미적 속성에 의존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즉 미적 수반론은 비미적 속성의 차이 없이는 미적 속성의 차이도 없다고 본다.미적 수반론은 미적 판단의 정당화 문제에 대해 미적 실재론*자들에게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미적 실재론자는 ‘운명 교향곡’은 장엄하다는 미적 판단을 정당화하는 데 수반 관계를 이용할 수 있다. 장엄함이 느린 리듬이나 하강하는 멜로디 등의 비미적 속성에 수반하는데, 그 비미적 속성이 ‘운명 교향곡’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미적 실재론: 미적 속성이 대상에 객관적으로 실재한다고 보는 이론.
- 2023학년도 10월 교육청 전국연합학력평가 -
[지문 키워드] ‘수반’ 은 윤리학 분야에서 논의되기 시작하여 다른 분야로 확산되 수반론 미학에서도 미적 수반론 미적 실재론
사물의 이치나 지식 따위를 해명하기 위해 논리적으로 정연하게 일반화한 명제의 체계, 즉 이론(理論)은 독립적이지 않다. 한 이론은 같은 분야의 다른 이론을 뒷받침하는 데 이용되거나 아예 다른 분야의 이론에 원용(援用)되기도 한다. 철수 쌤은 이런 내용의 글을 접할 경우 각 이론의 내용을 연결 지으며 읽는 버릇이 있다. 지문에 ‘수반론’, ‘미적 수반론’, ‘미적 실재론’들이 설명되어 있는데, 이 이론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연결 지으며 읽어야 한다.수반론은 ‘윤리학 분야에서 논의’된 이론이라 한다. 그런데 그것이 ‘다른 분야로 확산되’었는데, 그 분야가 바로 ‘미학’이며, 그 분야에서의 이론이 ‘미적 수반론’이라 한다. 윤리학이란 인간 행위의 규범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도덕의 본질·기원·발달, 선악의 기준 및 인간 생활과의 관계 따위를 다룬다. 미학은 자연이나 인생, 예술 따위에 담긴 미의 본질과 구조를 해명하는 학문이다. 인간 행위의 규범과 미의 본질·구조는 다른 대상이므로, 미적 수반론은 수반론이라는 윤리학 이론을 원용해 미학 이론을 체계화한 것이다. 그런데 미적 수반론은 ‘미적 실재론자들에게 단서를 제공한’다고 한다. 미적 수반론이 미적 실재론을 체계화하는 데 시초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미적 수반론이나 미적 실재론은 미학 이론이므로, 미적 실재론은 미적 수반론을 이용해 이론을 체계화한 것이다.
[지문 키워드] 예를 들어, 비도덕적 속성에서 동일한 두 개인은 도덕적 속성에서도 동일 미적 판단의 정당화 문제에 대하여 단서를 제공할 예를 들어,
철수 쌤은 추상적 개념을 사례로 설명하는 글을 보면 벤다이어그램을 그려가며 이해하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지문에서 ‘비도덕적 속성에서 동일한 두 개인은 도덕적 속성에서도 동일’하다는 추상적 내용은 ‘예를 들어’ 설명한 내용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데, 이를 벤다이어그램으로 이해하면 다음과 같다.또한 지문에는 ‘‘운명 교향곡’은 장엄하다는 미적 판단 이 느린 리듬이나 하강하는 멜로디 등의 비미적 속성에 수반’한다고 했다. ‘A는 B’, ‘A 등의 B’라는 문장 구조는 A가 B의 사례임을 나타내는 문장 구조다. 따라서 이를 고려해 추상적 진술과 구체적 사례로 나눠 벤다이어그램을 그리면 다음과 같다.[지문 키워드] 미적 속성은 미적 감수성을 발휘해야 지각할 수 있 비미적 속성은 지각 능력을 발휘하면 지각할 수 있
철수 쌤은 같은 범주에 있는 개념들은 차이를 의식하거나 아예 반대 관계를 의식하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지문에서 ‘미적 속성’과 ‘비미적 속성’도 그러하다. 특히 ‘아님’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비(非)-’를 통해 두 개념을 반대 관계로 이해한다. 그렇게 하면 ‘미적 감수성’과 ‘지각 능력’을 반대말로 이해할 수 있다. ‘시각과 청각 등’을 사례로 제시한 것을 보면 지각 능력은 육체적 감각 기관과 관련 있으므로, 미적 감수성을 감각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관념적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철수 쌤은 지문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이해한다.포인트
1. 이론(理論)은 독립적이지 않고, 한 이론은 같은 분야의 다른 이론을 뒷받침하는 데 이용되거나 아예 다른 분야의 이론에 원용(援用)되기도 한다.2. 추상적 개념을 사례로 설명하는 글은 벤다이어그램을 그려가며 이해하면 좋다.
3. ‘A는 B’, ‘A 등의 B’라는 문장 구조는 A가 B의 사례임을 나타내는 문장 구조다.4. 같은 범주에 있는 개념들은 차이를 의식하거나 아예 반대 관계로 파악하면 좋다.
5. ‘아님’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비(非)-’가 결합한 개념은 그렇지 않은 개념과 반대 관계로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