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치사' 연루자 野 총선 검증 통과…與 "집단살인범이 적격?"

정의찬 당 대표 특보, 1997년 '이종권 사건'으로 실형받고 2002년 특별사면
與 "586 운동권만 싸고 돌아"…이재명 "업무상 실수인듯…재논의해 처리할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측근으로 과거 고문치사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받은 정의찬 당 대표 특별보좌역(특보)이 당 차원에서 실시한 총선 후보자 검증에서 적격 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민주당 홈페이지를 보면 정 특보는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가 전날 공지한 2차 검증 적격 판정자 95명 명단에 포함됐다.

정 특보는 전남 해남·완도·진도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이다.

1997년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한총련) 산하 광주·전남대학총학생회연합(남총련) 의장이자 조선대 총학생회장이던 정 특보는 당시 전남대에서 발생한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으로 구속기소 돼 이듬해 1심에서 징역 6년,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당시 남총련 간부들이 일반인 이종권 씨를 경찰 프락치로 몰아 각종 고문을 하고 폭행한 끝에 숨지게 한 뒤 범죄 사실을 은폐하려 한 사건이다.

정 특보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특별사면·복권됐다.

국민의힘은 정 특보가 적격 판정자 명단에 포함된 데 대해 "강력범까지 선거에 내세우느냐"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만희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 특보는 민간인을 잔인하게 폭행하고 고문했던 이종권 치사 사건 장본인"이라며 "민심과 괴리된 채 586 운동권만 감싸고 돈다는 국민적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어 "공직자로서 전혀 자격 없는 인사를 살갑게 챙기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은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다"며 "민주당 후보자 검증 기준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불공정한지 재론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주호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고문치사 집단 살인범이 공천에 적격하다는 것인가"라며 "민주당이 후보자의 도덕성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하고도 강력 범죄 전과자까지 선거에 내세우는 것은 국민을 모욕하고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 특보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고) 현장에 없었지만, 당시 학생운동권은 총학생회장이나 남총련 의장이 모두 책임져야 하는 문화였다"며 "이미 민·형사상 책임을 모두 졌고, 검증위는 시스템을 거쳐 적격 판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특보의 검증 통과에 대해 "재논의해서 처리해야 될 사안"이라며 "규정을 잘못 본 업무상 실수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공직선거 후보자 검증위원장인 김병기 의원도 기자들에게 "오늘 오후에 검증위를 다시 소집해 재논의해서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겠다"며 "공동정범 여부를 더 자세히 봐서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