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연금 뺨치는 '눈꽃 연금'…겨울 역주행 더 거세진 이유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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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계소문]낮 기온이 20도를 넘기고 장대비까지 내리면서 연말 분위기가 다소 더디게 찾아온 올겨울, 국내 음원차트는 일찌감치 옷을 두껍게 갈아입었다. 크리스마스 느낌을 담은 시즌송이 대거 역주행에 성공, 순위 상승을 거듭하며 벚꽃 연금 버금가는 '눈꽃 연금'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음원 차트서 존재감 드러내는 시즌송들
엑소 '첫눈' 이례적 역주행 파워
계절감+대중성 있는 곡에 대한 니즈 모여
최근 그룹 엑소(EXO)의 '첫눈'이 음악방송에서 깜짝 2위를 차지했다. 이 곡은 2013년 12월 발매된 겨울 스페셜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무려 10년 만에 국내 음악 팬들에게 재소환됐다. 음원 성적은 압도적이다. 대중성이 강한 걸그룹 위주로 굳혀진 '벽돌 차트'를 뚫고 멜론 실시간 차트 4위까지 올랐다. 연말이면 차트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시즌송이긴 했지만, 이번처럼 역주행 돌풍이 거센 적은 없었다.이 밖에도 2012년 공개된 성시경·박효신·이석훈·서인국·빅스가 함께 부른 '크리스마스니까', 2010년 나온 아이유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가 50위권 안에서 사랑받고 있다.
팝 역시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아리아나 그란데의 '산타 텔 미(Santa Tell Me)', 시아의 '스노우맨(Snowman)' 등이 11월부터 순위권에 들어와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다만 시즌송의 경우 신곡의 흥행은 부재하고 '역주행'만 이뤄지고 있다.써클차트가 2022년 12월 400위권 기준 겨울 시즌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곡 수는 4년 전인 2018년 12월보다 29곡 증가했으나, 팝이 아닌 국내 가요만의 비중을 따져보면 55%에서 51%로 낮아졌다. 이를 두고 2019~2020년 국내에서 K팝 위주로 음악 시장이 재편되면서 겨울 시즌송의 발매가 주춤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음악시장이 글로벌 K팝 시장을 위주로 365일 연중무휴로 돌아가다 보니 겨울 가요 시즌송이 호황을 누렸던 과거,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니까'·'겨울 고백' 등과 같이 겨울 정취를 물신 느낄 수 있는 메가 히트곡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이는 연말 내수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라고 짚었다.
계절감을 살린 곡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음원 시장의 주축이 된 아이돌 팬덤의 화력 없이는 이제 성과를 보장하기 어렵고, 프로젝트성 앨범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다.한 기획사 관계자는 "시즌송은 다수의 곡이 수록되는 정식 음반에 비해 제작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의성에 의존하기 때문에 곡의 생명력이 짧다는 단점도 있다. 앨범을 한 번 내면 그 뒤로 해외 활동까지 장기 계획을 잡고 움직이는 아이돌의 경우 국내 팬들을 위한 이벤트성 작업에 그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소속 가수들이 다 같이 모여 프로젝트 음원을 내는 것도 예전과 달리 요즘은 아티스트별 팀제로 업무가 진행되기 때문에 쉬운 작업이 아니다"라며 "같은 회사라고 할지라도 소통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롭다"고 말했다.그 가운데 날씨가 영하권으로 떨어지고 본격적으로 '추운 겨울'이 시작되면서 역주행 흐름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10년 전 곡인 '첫눈'의 흥행은 회사 차원에서 시작한 마케팅이 아닌, 청취자들에 의한 자발적인 현상이었다. 음원차트 역주행에 SNS 챌린지까지 생겨나면서 계절에 어울리는, 대중성 있는 곡에 대한 팬들의 니즈가 확인된 셈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캐럴은 이미 유명한 스테디셀러 곡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서 신곡보다 리메이크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겨울 특수를 노리기엔 좋지만 고유 IP(지식재산권)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팬들도 신곡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앨범 판매량은 계속 성장하는 반면 국내 음원 이용량은 줄고 있다. 앞서 '벚꽃 연금'이라는 말이 단 몇 곡에 그치고 말았는데, 이번 겨울은 역주행을 계기로 다양한 신곡도 주목을 받아 내수 시장이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