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넘게 떨어졌는데 쳐다도 안 봐요"…집주인들 '노심초사'

집값 2차 조정기 오나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올해 들어 처음 하락 전환했고 거래량도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에 이어 '2차 조정기'에 접어들었단 분석이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 대비 0.08% 하락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실거래가지수는 호가 중심의 가격 동향 조사와 달리 실제 거래가격을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변동 폭을 지수화한 것이다. 거래량이 적거나 비정상적인 거래가 포함되면 변동 폭이 불안정한 한계가 있지만, 대체로 최근의 시장 상황을 가장 빠르게 반영한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집값이 약세를 보인 지난해 누적 22.07% 하락했으나, 올해 1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9월까지 13.42%가 올랐다.

하지만 10월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일부 인기단지 집값은 전고점 대비 80~90%까지 오르면서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됐다. 지난 9월엔 6억~9억원 이하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을 중단하면서 고금리 상황 속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매수심리로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권역별로 강남3구가 있는 동남권이 가장 큰 폭(-0.65%)으로 떨어져 지수를 끌어내렸다. 전고점 임박 단지가 많은 강남권에서 실거래가 하락 폭이 크다는 뜻이다. 이런 분위기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 목격된다. 올해 2월부터 상승세를 보이던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지난 10월에 각각 0.26%, 0.12% 떨어지며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시장 침체는 거래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매수자들이 일제히 관망하면서 급매물이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하기 전인 연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 기준)은 2313건으로 올해 1월(1412건) 이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11월 거래량도 전날 기준 1672건에 그치며 10월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11월 아파트 계약분은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다. 지금과 같은 추세면 거래량이 2000건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의 모습. 사진=뉴스1
시장에선 집주인들이 호가보다 5000만~2억원 이상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잘 팔리지 않는 상황이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시세보다 1억원 낮은 매물이 나와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매수자들은 가격 하락과 금리 인하 등을 기다리며 급할 게 없다며 관망하고, 매도자들은 집값이 떨어질까봐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직전 최고가보다 매물 가격이 5000만∼1억원 이상 떨어졌지만 매수자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지금은 집을 살 타이밍이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주택시장에 거래 침체가 이어지며 집값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에서 내년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국내에도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금리 인하 시점까지 매수자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서는 집값이 지난해에 이어 본격적인 2차 조정기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건설과 금융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폭탄도 변수다.

최근 금융시장에는 특정 1군 건설사의 부도 임박설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가운데 내년 총선을 전후해 정부가 본격적으로 부실 PF 정리에 나설 경우 주택시장도 심리적인 간접 영향권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다만 집값이 조정기를 거치더라도 지난해만큼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최근 2년간 주택 인허가 물량이 감소한 데다, 내년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도 1만가구 이하로 급감하는 등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심리가 크다. 특례보금자리론은 내년 1월에 우대형까지 전면 중단되지만, 역시 내년 1월부터 신생아 출산가구 대출 등 또 다른 정책 대출이 공급돼 급락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