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냐고 묻더니 때렸다"…이스라엘, 소년들까지 구금 논란

CNN, 가자시티서 연행됐던 팔레스타인인 10명 현지 인터뷰
가자지구 의료진 "풀려난 이들 몸에 폭행 흔적"
"등 뒤로 손이 묶인 채 개처럼 끌려갔어요. "
이스라엘군에 닷새간 붙들려 있다가 풀려났다는 14살 팔레스타인 소년 마무드 젠다는 콧등에 붉은 피멍이 든 채 본인의 경험을 털어놨다.

젠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이스라엘군 병사에게 얼굴을 걷어차였다면서 "그는 내게 와서 '하마스냐'고 물었고 난 하마스나 저항세력에 대해 모른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난 학교를 오가는 아이일 뿐이다. 밥을 먹고 친구랑 놀고 집에 간다.

살면서 그밖의 일은 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역시 14살인 아흐마드 니메르 살만 아부 라스는 "이스라엘인이 무섭다. 난 그들이 내게 뭔가를 하길 원치 않는다"면서 구금 당시 경험을 털어놓길 거부했다.

미국 CNN 방송은 젠다와 아부 라스처럼 가자시티 알자이툰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에 연행됐다가 풀려난 팔레스타인인 10명을 인터뷰한 결과 폭력과 학대, 모욕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들의 손목은 구금기간 계속 차고 있던 수갑 때문에 붓고 찢어져 있었으며, 손등에는 빨간 마커로 번호가 적혀 있었다. 병원 대변인인 할릴 알다크란 박사는 "팔에는 고문을 당한 기색이 있었고 전신에 폭행 흔적이 남아 있었다.

병원에 도착할 당시 이들은 모두 육체적·정신적으로 탈진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제다의 아버지인 나데르는 "갑자기 사람들의 비명과 군인의 고함, 불도저가 집을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군인들이) 남녀를 분리한 뒤 바지를 벗고 셔츠를 올린 채 줄을 서도록 했다"고 연행될 당시 상황을 되새겼다.
올해 16살인 무함마드 오데는 "(이스라엘군이)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머리에 발을 올린 채 '하마스냐'고 물으며 때려댔다.

추워서 잠을 잘 수도 없었고 입을 것이나 덮을 것을 요구해도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모두는 구금기간 제대로 된 음식물과 식수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CNN에 말했다.

당뇨병 환자인 한 40대 남성은 인슐린 투여가 중단되는 바람에 통증을 호소하다가 의식을 잃기도 했다고 한다.

이같은 주장에 이스라엘 군당국은 "수감자들은 국제법에 따른 대우를 받았다"면서 "모든 수감자를 존엄하게 대우하려 노력 중이며, 가이드라인이 준수되지 않은 모든 사건에 대해선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CNN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벌거벗겨진 채 연행된 데 대해서는 "(자폭용) 폭탄조끼나 기타 무기류를 숨기고 있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군이 그저 의심스럽다는 이유만으로 팔레스타인 주민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하면서 비인도적 대우를 했다고 비판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오마르 샤키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장은 "민간인·전투원 여부와 상관없이 구금된 이들은 모멸적이고 굴욕감을 주는 대우나 개인적 존엄을 해치는 행동으로부터 법적인 보호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무력분쟁시에는 민간인의 구금이 국제법상 허용되긴 하지만 '보안상의 긴급한 이유로 반드시 필요할 때'로 제한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