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일방적 의대 증원 저지하겠다…강행 시 최후 수단"(종합)

이필수 의협 회장 "필수 의료를 근본적으로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이 먼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7일 서울 도심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추진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열었다. 의협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세종대로에서 '대한민국 의료 붕괴 저지를 위한 제1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어 "종합적인 계획 없이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불합리한 의대 정원 증원은 각종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는 정책"이라며 "의료계가 힘을 모아 반드시 저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 위원장은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최소 11년에서 14년 후 배출될 의사 증원에만 관심을 보인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증원을 논하기에 앞서 필수 의료를 근본적으로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이 먼저"라며 "필수 의료 종사 의료인에 대한 법적,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필수 의료 수가 정상화, 필수 의료 전공에 대한 지원 등 근본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소통과 협의 없이 강행할 경우 의료계는 가장 강력한 최후의 수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이날 정부에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를 살리는 근본 대책 마련을 위해 의료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의협과 합의해 정책을 추진하기로 한 2020년 합의를 지킬 것, 의학교육 당사자인 의대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의대 정원 정책을 추진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 결의문에서 "정부의 일방적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진행될 경우 이후 야기될 필수 의료, 지역 의료의 붕괴와 우리나라 의료 공백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의료계와의 약속과 신뢰를 무참히 저버린 정부에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이 위원장과 의대생 5명이 무대에 올라 대한민국 보건의료가 무너지고 무분별한 의대 정원 증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를 형상화한 현수막을 내걸고 가운을 벗는 퍼포먼스를 했다.

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과 길광채 광주광역시 서구의사회장이 삭발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본행사를 마치고 서울역 방면으로 행진했다. 집회와 행진을 마친 뒤 이 위원장은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정책 추진은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책"이라는 주장 등이 담긴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했다.

이 위원장은 "실제로 증가한 의사들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유입될 지는 미지수"라며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대 증원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께 의대 정원 증원 정책 추진의 재고를 간곡히 요청한다"며 "의사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주시고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통해서 진행해 나가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의협은 정부가 지난달 21일 의대 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대정부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당시 의협은 정부 수요조사의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한 뒤 의대 정원 확대에 관한 논의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이와 함께 지난 11일부터 의사 회원 대상으로 '의대정원 증원 저지 총파업 관련 설문조사'를 벌여 내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설문은 이날 자정에 마감되지만, 의협은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향후 정부와의 대화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총파업'에 찬성하는 입장이 우세하더라도 당장 집단 휴진 등 단체 행동에 나서지는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애초에 의협은 설문을 시작할 때부터 '정부와 대화해서 안 되면 총파업까지 할 수 있다'는 데 대한 회원들 동의를 얻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