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만의 소프트파워 신세계] 딥모빌리티 컨소시엄, 세계 모빌리티 기술 선도를 위한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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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도로 인프라·모빌리티 서비스2022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두 자동차가 충돌한 사고가 있었다. 두 차 중 한 대는 반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차였다. 이 차는 교차로 반대편 전방에서 오는 차가 자신보다 늦게 직진 혹은 우회전할 것으로 예상하는 자율주행 기능의 판단에 따라 좌회전을 시행했다. 그러나 상대 차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접근하자 충돌을 예측해 교차로 한가운데서 급정거했고 이를 예상하지 못한 상대 차량은 그대로 직진해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 상대 차량의 급격한 속도 변화에 따른 위험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안전 관리시스템(지능형 도로 인프라)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다시 말해서, 도로 인프라 시스템이 무선통신 기능이 적용된 반자율주행 자동차에 좌회전을 중단하라고 하거나 더 빠르게 회전하라고 경고 메시지를 줬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긴밀한 결합을 위한 창구 마련 필수
이동만 KAIST 교학부총장
앞으로 개인 모빌리티를 넘어 도심 항공 모빌리티 (Urban Aerial Mobility) 등이 현실이 되는 시대인 만큼 차량, 보행자, 그리고 다양한 이동 수단이 어우러진 교통 상황에서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스마트 모빌리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스마트 모빌리티 시스템이 어떻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지원하는지 듣고 있다. 공유 자동차 서비스 요청 시 사용자와의 거리와 용도, 목적지까지의 시간을 종합해 최적의 차량을 파악하고 연결해 주는 것은 물론, 응급 환자 이송과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 교차로에서의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실시간 상황에 맞춘 최적화된 서비스 제공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이 같은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로 인프라 혹은 자동차만이 독자적으로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차량, 서비스, 그리고 주변 도로 인프라 환경 간 소통과 협력을 통해 통합적으로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즉, 차량은 자동차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도로 인프라와 보행자 등 주변 환경과의 긴밀한 소통을 지원해야 하고 도로 인프라는 단순히 센서를 통한 차량 흐름을 통제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차량뿐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와의 소통 파트너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등 전통적인 자동차업계와 구글, 애플, 화웨이 같은 정보기술(IT)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업계가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주체인 자동차, 도로 인프라, 그리고 모빌리티 서비스가 서로 정보를 공유해야 하고 이들 간의 긴밀한 결합을 위한 창구 마련이 필수적이다.
이 같은 미래 지향적 스마트 모빌리티 실현을 위해 KAIST는 지난 4일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모빌리티 관련 기업, 대전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산학관연 협력체인 딥모빌리티 컨소시엄을 출범시켰다. 이 컨소시엄은 세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술 개발을 선도하기 위해 세 가지의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한다. 첫째는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즉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프레임워크 기술 개발이다. 둘째는 교통 환경, 제도, 사용자 피드백, 차량 및 도로 인프라 간 협력 등 다양한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모빌리티 솔루션 개발과 검증을 지원할 수 있는 리빙랩 클라우드 구축이다. 셋째는 첨단 그래픽스와 증강현실, 물리적 센싱 기술을 결합한 가상 모빌리티 객체를 실제 상황에서 현실처럼 작용하도록 하는 리얼 버추얼리티 디지털 트윈 기술 개발이다.
KAIST 딥모빌리티 컨소시엄은 산학관연 협력을 통해 이런 선도 기술을 실현해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모빌리티 기술 개발의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데 초석이 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우리 기업이 스마트 모빌리티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