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동조합이 18일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촉발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대표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는 이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아지트에서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주재하는 8차 비상경영대책회의가 열리기 직전 3차 팻말 시위를 벌였다.
카카오 노조 서승욱 지회장은 새 총괄 대표로 내정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에 대해 "인적 쇄신의 시작"이라고 평가하면서 "카카오 계열사 경영진에 대한 인적 쇄신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들에 대한 조사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며 "아직 회사는 명확한 입장이나 조사 내용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비상경영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근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진수 대표의 모습도 포착됐으나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서 지회장은 이 대표가 이날 오전 사내망에 임직원들이 분골쇄신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며 현장에 있던 몇몇 기자들에게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이는 지난 6월에 올린 글을 착각하고 한 발언으로 판명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오늘이 아니라 지난 6월이었고, 회사의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취지의 글이었다"면서 "언론에 잘못된 내용을 전파한 데 대해 노조에 강력히 항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카카오 노조는 회사의 쇄신안에 대한 직원들의 참여도 경영진에 재차 요구했다.
서 지회장은 "다음 달에 김범수 쇄신위원장과 (정신아) 카카오 새 대표 내정자가 같이 직원들과 간담회를 추가로 한다고 공유가 되긴 했다"면서도 "노조 입장에서는 간담회가 아니라 직원들이 명확히 쇄신안에 참여할 수 있는 협의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노조는 카카오의 준법·윤리 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준신위)에도 조사를 요구할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서 지회장은 "전 재무그룹장의 법인카드 게임 아이템 결제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날 오후 첫 회의를 하는 준신위에 요구할 내용을 구체화해 전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9월 법인카드로 1억원어치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재무그룹장인 A 부사장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린 바 있다.
당시 경영진을 포함해 다양한 직책·직군·연령대로 구성된 상임윤리위원회는 게임 결제가 법인카드 사용 가능 항목이지만, 너무 많은 금액을 썼다고 판단했다. A 부사장은 정직이 풀렸지만, 현재 휴직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