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시위, 등 돌리는 美…마이웨이 네타냐후 사면초가

인질 오인사격 대형 악재에 휘청…휴전·인질협상 압박에 책임론 고조
최우방 미국 등 국제사회 비판 확산·국내 여론 급랭에 벼랑 끝 몰려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하마스와의 휴전을 거부하며 궁지에 몰렸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군의 인질 오인 사살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일주일간의 일시휴전이 지난 1일 종료된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와 휴전 대신 군사작전을 통해 인질을 구출하겠다며 가자지구 남부 지상전을 밀어붙이는 등 강경 노선을 고수했다.

하지만 인질 오인 사살 사건을 계기로 나라 안팎에서 휴전과 인질 석방을 위해 다시 하마스와 협상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5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교전 중이던 이스라엘 병사가 자국인 인질 3명을 적으로 오인해 사살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다음날 기자회견에서는 유가족을 위로하면서도 "가자지구 지상전은 하마스를 뿌리 뽑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또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화제를 전환, 전선 분산을 시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어떤 모습일지 모두가 알게 됐으므로 국가 수립을 막았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작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목도했고 이를 통해 우리가 국제사회 압력에 굴복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가능하게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이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자국 인질까지 오인사격으로 희생되는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리더십은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지난 16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는 수천명이 모여 인질 석방을 위한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하마스에 끌려갔다가 일시휴전 기간 석방된 인질 라즈 벤 아미는 이날 시위대 앞에 나서 "이 전투가 인질들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전시내각에 경고하고 간청했다"며 "불행히도 내 말이 맞았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인 요나타 하다리는 군대가 아니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면서 "총리는 책임을 지지 않고 인질 가족이나 희생자 유족을 찾지도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의 10월7일 기습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은 이번 인질 오인사살로 더욱 거세졌다.

이스라엘의 유명 칼럼니스트 나훔 바르네아는 인질 오인 사살이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전쟁범죄다.

국제법이 해당 문제에 대해 매우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군사 전문가인 야길 레비 이스라엘 오픈대학교 교수는 인질 오인 사살에서 드러난 문제가 이스라군의 가자지구 작전 전반에서도 드러난다며 "(이스라엘) 지상군이 공식적인 교전수칙을 존중하거나 이행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중동정책센터 책임자 나탄 삭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전시내각에 참여한 제2 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를 상대로 선거운동을 벌이는 등 "전쟁 와중에 노골적으로 당리당략을 일삼는 등 파렴치한 모습"으로 비판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도 한층 고조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과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16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타임스에 실은 공동기고문에서 즉각적이고 전면적이며 오랜 기간 이어지는 휴전을 지지한다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무장관도 17일 이스라엘을 방문,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만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황에 우려를 표하면서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단호히 지지해온 최우방 미국의 노선에서도 최근 들어 변화가 감지된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을 찾아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과 가자지구 상황을 논의할 계획이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저강도 군사작전으로의 전환 방침을 거듭 압박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계속되는 것과 관련, "나는 이스라엘이 민간인의 생명을 구하는 방법에 집중하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는 "이스라엘은 무차별적인 폭격으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 그와 그의 정부는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하기도 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민주당 크리스 쿤스(델라웨어) 상원 의원은 팔레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막은 데 자부심을 느낀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는 예외적으로 어려운 파트너"라고 비난했다.

쿤스 의원은 17일 CBS방송에 출연해 해당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의원 대부분은 두 국가 해법을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데 비해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평화를 위한 긍정적 비전을 훼손하는 데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크리스 반 홀렌(메릴랜드) 상원의원도 ABC방송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평화를 추구하거나 두 국가 해법을 위해 정착촌 추가를 막기보다는 그러한 노력의 문을 닫아버렸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