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로 5000원에 샀는데…1억원 넘게 팔린 유리병 정체

카를로 스카르파 작품으로 드러나
약 5000원에 구매했다가 경매로 넘어가 1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 카르로 스카르파의 유리 화병. /사진=라이트 경매소 홈페이지 캡처
최근 미국의 중고품 매장에서 5000원가량에 팔린 유리 화병이 이탈리아 유명 건축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화병은 결국 경매에서 1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40대 여성 제시카 빈센트는 지난 6월 평소 자주 찾던 미국 버지니아주 하노버 카운티의 한 중고 매장에서 눈에 띄는 유리 화병을 발견했다.당시 빈센트는 화병 바닥에 찍혀 있던 대문자 '(엠)M'을 보고 1000~2000달러(약 130만~260만원)의 가치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M은 이탈리아 유리공예의 본고장인 무라노섬에서 생산된 공예품의 표식을 의미한다.

빈센트는 유리 화병에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았고, 3.99달러(약 5180원)에 불과해 바로 구매하게 됐다. 그는 이 화병이 8.99달러(약 1만2000원)보다 저렴하면 구매를 결정하려고 했다고도 전했다.

이후 화병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살폈고, 한 페이스북 그룹에서 몇몇 회원이 "이 화병은 카를로 스카르파의 작품처럼 생겼다"며 라이트 경매소에 그를 연결해줬다.이 경매소의 리처드 라이트 소장은 빈센트가 보낸 유리 화병 사진을 보자마자 "아주 좋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 작품을 카를로 스카르파가 1940년대에 디자인한 '페넬라테' 시리즈 중 하나로 판정했다.

이후 지난주 라이트 경매소에 출품된 이 화병은 10만7000달러(약 1억389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자는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유럽의 한 민간 수집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트 소장은 빈센트가 보내온 유리 화병의 보전상태가 정말 완벽했다면서도, 만약 조금이라도 흠집이 있었다면 낙찰가가 1만달러(약 1300만원)에도 못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매에 앞서 전문가들의 예상 낙찰가는 3만~5만달러(약 3900만~6500만원)에 그치는 수준이기도 했다.라이트 소장은 외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엄청난 복권에 당첨된 것과 같다"라고도 평가했다.

한편 빈센트는 경매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받은 금액이 8만3500달러(약 1억850만원)라고 밝히며, 이 돈을 올해 초 구매한 농가의 난방기와 담장을 수리하고 가전제품을 사는 데 쓸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