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성희롱 사건 발생…대기발령 언제 어떻게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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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대기발령은 징계를 위한 노동조사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를 말한다(2005다3991).
조상욱 변호사의 '오피스빌런 리포트'
기업은 노동조사 도중 첫 인사 조치로 비위행위를 하였다고 의심되거나 신고를 받은 직원에 대기발령을 시행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런 대기발령 준비와 시행에는 의외로 세세한 고려사항이 많다.대기발령시 자주 문제되는 이슈 중, 대기발령 기간 동안 급여 감액에 관해 살펴볼 기회를 주는 판결이 최근 내려져 소개한다 (2021가합519545 판결. 이하 대상판결).
기업이 업무수행 중 문서를 위조했다는 이유로 고소된 직원 A에 대해 내부규정에 따라 1년 6개월간 대기발령을 실행하고, 역시 규정에 따라 그 기간 중 기본연봉 50%만을 급여로 지급하였다. 이에 반발한 직원 A는 대기발령이 기업 귀책사유에 의한 경영상 필요에 따른 휴직임을 들어, 최소한 근로기준법 46조 1항에 따라 최소한의 휴업수당 (평균임금 70%)에 상당한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업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다.
하지만 대상판결에서 법원은 A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업의 대기발령과 급여 감액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 46조 1항은 경영악화와 같은 사용자 책임 영역에 있는 사정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인데, A의 대기발령은 징계조사 및 공소제기에 따라 이루어진 정당한 조치로 휴업수당 지급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다.노동조사 중 대기발령 실행을 검토하면서 대기발령 기간을 언제까지 둘 수 있는지, 또 그 기간 중 급여를 어떻게 지급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기업이 많다. 대상판결은 이 문제에 대해 ①취업규칙 등 적절한 내부규정에 따른다면 ②해당 내부규정에서 대기발령 사유로 정한 사정이 지속되는 한 (사안에서는 징계 심의 중이고, 업무 담당에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사정) ③상당한 기간(사안에서는 1년 6개월)이라 할지라도 대기발령을 실행할 수 있고 ④그 기간 동안 급여는 규정에 따라 합리적 범위에서 감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사안에서는 기본연봉의 50%). 이를 보면, 기업은 노동조사에 자주 활용되는 대기발령에 대해 미리 기간, 사유, 그 기간 동안 처우에 관하여 취업규칙 등 내부규정을 두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만약 아직 내부규정을 두지 않았는데 대기발령을 해야 한다면 어떨까. 이렇게 대기발령에 관하여 적절한 내부규정을 두지 않은 기업이 의외로 많다.
이 경우에도 기업은 대기발령을 실행할 수는 있다. 단, 우선 그 대상자를 직무에 종사하지 않도록 할 합리적 사유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런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일단 단기간 (예컨대 2주) 대기발령을 하고, 그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여전히 사유가 해결되지 않으면 갱신하는 방식으로 진행함이 좋다.그 기간 동안 지급할 급여와 관련해서는, 대기발령 기간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할만한 사정이 없다면, 기본적으로 정상적으로 급여를 지급하되 노동조사 속도를 높여 단기에 대기발령을 끝내는 것이 간명하고 현실적 방안이다. 대기발령 대상자가 내부규정 없이 임금 삭감을 했다고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노동청 신고를 하는 등으로 반발하는 것은 충분히 예견 가능한 위험이다. 그 경우 당장 초점이 되는 사항 (본인의 비위행위)과 무관한 분쟁에 시간과 노력이 낭비된다.
그 외에도 대기발령 운영에 고려할 몇가지 고려 사항을 정리해 본다. 대기발령은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업무 필요상 대기발령을 수행하기 어려운 때도 많다.
하지만 비위행위자 내지 피신고자를 상대로 신속하게 실행하는 것이 보통 바람직하다는 것이 그 간 자문 경험상 얻은 결론이다. 대기발령은 증거 훼손, 비밀 유지, 직장 내 기강 문란 방지, 2차 피해 우려를 최소화하는 등 여러가지 인사 운영상 이점이 있다. 이런 이점은 업무 공백 초래 등 부작용을 뛰어넘는게 보통이다.대기발령은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신고가 있는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피신고인을 대상으로 신속하게 실행하는 것이 좋다. 이는 법상 요구되는 피해자 보호의무의 유력한 이행수단이다 (근로기준법 76조의 2 3항, 남녀고용평등법 14조 3항 참조). 법을 떠나, 신속한 대기발령 조치는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신고인과 관련 직원들에게 기업이 해당 사안을 중요하게 여기는 점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고, 후속 진행이 공정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효과가 있다.
적절한 대기발령 시점과 관련해서는, 우선 대기발령을 시행하더라도 신고가 이루어지자마자 당장 대기발령을 실행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다른 적절한 때를 찾아야 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낙인 효과 때문이다. 대기발령은 징계조치는 아니다. 하지만 대기발령을 받는 근로자는 기업 내에서 비위행위를 범한 것으로 널리 인식되어 평판상 불이익을 받으며,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한다. 이런 효과에 유념하여 어느 정도 비위행위가 있을 가능성이 확인된 후 대기발령을 시행하는 것이 기업이 가진 직원 배려의무를 지키는 공정하고 사려깊은 조치다.
대체로 대기발령은 신고인 면담 등으로 조사대상과 방법을 정한 후, 비위행위자로 지목된 대상 직원 면담을 실행한 직후가 시행의 적기다. 이 때 미리 대기발령에 필요한 명령서를 준비하였다가, 면담 종료 후 그 자리에서 내용을 설명하면서 서명하도록 하는게 좋다.
명령서를 준비할 때 노동조사 담당자가 명심할 것은, 명령서 동의를 받을 때가 핸드폰, 컴퓨터, 이메일에 대한 포렌직 실행에 비위행위가 의심되는 직원의 동의를 받을 최적 시점이므로, 명령서에 그 동의를 구하는 적절한 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그 동의는 의무가 이니고, 본인에게 해가 될 수 있으니 동의에 응하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험상 동의하는 경우가 더 많다. 아직 대립이 구체화 되기 전이며, 본인 스스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믿을 수도 있다. 시도할 가치가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불가피한 사정으로 조기에 대기발령을 하지 않고 노동조사를 진행했더라도, 노동조사 도중 대기발령 시행을 다시 고려해야 할 계기가 올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혐의가 입증되었지만 인사위원회 개최에 시간이 걸리거나, 다른 조사할 사항이 있어 징계를 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때가 그러한 예다. 노동조사가 교착 상태에 빠지거나 늘어지는 경우도 역시 대기발령을 고려할만한 시점이다. 이 때 시행되는 대기발령은 국면을 전환하면서 그 때 나오는 동력으로 다시 진상 규명을 추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노동조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