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파티, 노먼 포스터... 블록버스터 전시 내년에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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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꼭 봐야 하는 전시올해처럼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적은 없었다. 숫자가 증명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연 합스부르크전(33만명)과 내셔널갤러리전(36만명) 등의 흥행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연간 미술 전시 관람객 400만명 시대가 열렸다. 리움미술관의 마우리치오 카텔란전도 단일 전시 관람객 최고 기록(25만여명)을 다시 썼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에드워드 호퍼전(33만여명)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리움미술관·호암미술관 블록버스터 전시 '주목'
국립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엔 거센 女風
베네치아비엔날레 일본·싱가포르관엔 한국인 큐레이터
한국 미술의 해외 전시도 이어져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한국 실험미술 전시를 필두로 한국 미술의 해외 진출 사례도 급격히 늘었다. 이런 관심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미술시장의 침체 정도를 최소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국내 주요 미술관들은 2024년에도 괜찮은 전시 라인업을 준비했다. 전반적으로 작가들의 대중적 인지도만 놓고 보면 올해와 비슷하거나 살짝 떨어진다. 대신 높아진 한국 관객들의 수준을 감안해 세계 미술 트렌드에 맞는 전시와 예술성이 뛰어난 전시를 확 늘렸다는 게 미술관들의 얘기다. 한국 미술을 ‘수출’하는 전시도 올해처럼 여럿 열린다. 내년 국내 주요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들과 해외에서 열리는 한국 작가들의 중요 전시를 정리했다.
女風 뚜렷…리움·호암은 ‘블록버스터 파티’
가장 이름값 높은 작가들로 라인업을 짠 미술관은 리움과 호암이다. 리움미술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내년 2월 말부터 세계적인 설치작가 필립 파레노의 개인전을 연다. 미술관은 파레노의 작품을 설치하기 위해 2012년부터 야외 데크에 설치돼 있었던 애니시 커푸어의 작품도 철거했다. 9월에는 세계적인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 이의 아시아 첫 미술관 전시가 예정돼 있다. 호암미술관에서는 파스텔화를 그리는 ‘현대미술계의 슈퍼스타’ 니콜라스 파티의 개인전이 9월 열린다.내년 전시의 전반적인 특징은 '거센 여풍(女風)'이다. 세계 미술계의 대세가 된 '여성주의'에 발 맞춰 여성 작가들의 전시가 집중적으로 열린다. 호암미술관에서 3월 열리는 기획전 ‘여성과 불교’가 대표 격이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세계 최고 미술관에서 ‘명품’들을 빌려와 불교 예술과 여성, 제작 당시의 사회상을 살피는 전시다.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한국 최초의 여성 조경가 정영선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4월)와 국내외 여성 작가 30여명을 소개하는 전시(9월)를 열고, 덕수궁관에서도 ‘한국 근현대 자수’(5월)전을 연다.이 밖에도 주목할 만한 전시들이 많다. 아트선재센터는 8월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서도호의 개인전을 연다. 2003년 아트선재센터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연 후 21년만의 ‘컴백 전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4월 서소문본관에서 영국 유명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개인전을 연다.상업화랑 전시 중에서는 국제갤러리의 강서경과 김윤신(각각 3월), 독일 출신의 사진 대가 칸디다 회퍼(5월)의 전시가 눈에 띈다. 갤러리현대가 여는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작고 3주기 회고전(5월)도 미술 애호가라면 놓쳐서는 안 되는 전시다.
한국 미술, 해외 진출 가속
내년에 열리는 가장 큰 행사는 '미술 올림픽'으로도 불리는 ‘베네치아 비엔날레’(4월). 특히 내년 열리는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1995년 한국관이 설치된 지 30년이 되는 해로,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내년 ‘국가대표 작가’로는 구정아가 전시를 준비 중이다. 전시장 바깥에서는 이배와 유영국, 이성자의 개인전이 비엔날레 공식 병행전시로 열린다. 한국 큐레이터들의 약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숙경 영국 휘트워스미술관장은 일본관을, 김해주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SAM) 큐레이터가 싱가포르관을 맡았다. 스포츠로 치면 일본과 싱가포르의 국가대표팀을 한국인 감독이 이끄는 격이다.한국 미술의 해외 진출 소식도 계속 들려올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개막하는 한국 작가들의 주요 전시로는 미국 뉴욕을 거쳐 LA 해머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실험미술전(2월 개막)과 보스턴미술관에서 열리는 한류 전시(3월 개막) 등이 있다.아시아 미술시장의 맹주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 최대 미술행사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아트페어는 내년에도 9월 서울에서 열린다. 서울의 가장 큰 경쟁상대인 홍콩에서는 아트바젤 홍콩(3월)이 열리고, 싱가포르의 아트SG(1월)와 대만의 당다이(5월), 도쿄 겐다이(7월)가 뒤를 따라붙는다.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