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액예산 단독 처리'까지 거론하는 野의 협박정치

더불어민주당이 간간이 운만 띄워온 초유의 예산안 단독 처리 의지를 구체화했다. 자신들의 중점사업 예산 증액에 합의해 주지 않으면 정부 제출안에서 감액만 반영한 ‘단독 수정안’ 의결을 내일 본회의에서 강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자신들의 요구를 거부하면 예산 삭감으로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을 테니 ‘알아서 잘 판단하라’는 일종의 물귀신 전략이다.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권을 포퓰리즘 도구로 악용한 저열한 정치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겁박 중인 감액예산 규모는 5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법무부, 감사원 등의 업무추진비 및 특정업무경비, 대통령 순방비, 고위공무원단 인건비 등을 깎으면 예산 증액이 가능하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야당의 폭주를 견제해 온 정부 기구의 손발을 묶고, 갈수록 중요해지는 정상외교를 발목 잡는 근시안적 접근이다. 더구나 민주당이 증액·신설을 고집 중인 예산은 새만금·R&D(연구개발)·지역상품권 등 방만사업과 ‘이재명 하명 사업’이 대부분이다.민주당은 예산안 처리를 위해 잡아둔 본회의를 ‘검사 탄핵’의 장으로 악용한 데 이어 신성한 예산심사권마저 포퓰리즘 도구로 악용 중이다. 올해 내내 규제법과 득표용 법안으로 폭주하더니 가장 중요한 예산 국회마저 정쟁으로 물들이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로 9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이미 법정 시한(12월 2일)을 16일이나 넘겼고, 이대로면 역대 최장(12월 24일) 기록 경신도 머지않았다.

여야 간 이견이 생기면 합리적 논쟁으로 타협을 모색하는 것이 민주 정당의 기본자세다. 의석수가 많다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태는 헌법이 부여한 정부 예산편성권에 대한 부정이다. 대통령제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끝내 합의가 불발할 경우 민의를 존중해 결정적인 한 발을 양보하는 대국적 마인드도 필요하다. 국정을 뒤죽박죽 만들기 싫다면 굴복하라는 식의 거친 협상은 민생과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