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체 ICBM' 전력화 수순…한·미 "발사 전 미리 알았다"

올들어 세번째 '화성-18형'

단거리 발사 10시간 만에 도발
1000여㎞ 비행 후 동해상 낙하

한미 '핵작전 연습' 합의 반발
고체연료 추진체 성능 검증도

軍 "실시간 정보공유 가동 임박
탐지 빨라지고 원점 타격도 가능"
<尹 “한·미 연합방위태세 유지”> 대통령실은 18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나서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긴급 NSC 상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북한이 18일 고체연료 기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를 감행했다. 전날 밤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지 10시간 만에 추가 도발한 것이다. 북한이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거리에 포함되는 ICBM 발사에 성공하면서 고체연료 ICBM의 ‘전력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도발에 앞서 한·미·일은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시스템을 가동해 도발 징후를 사전 감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탐지 까다로운 ‘화성-18형’

합동참모본부와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북한 ICBM은 이날 오전 8시24분께 평양에서 발사됐다. ICBM은 오전 9시37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 동해상의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서쪽 약 250㎞ 지점에 떨어졌다. 비행시간 약 73분, 정점고도는 6000㎞ 이상인 것으로 관측됐다. 합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설명했다. 고각(高角) 발사는 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발사 각도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올 들어 다섯 번째다. 북한은 지난 2월(화성-15형), 3월(화성-17형), 4월(화성-18형), 7월(화성-18형) ICBM 도발을 감행했다. 신 장관은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에 대해 “‘화성-18형’이라고 본다”며 “비행고도와 거리, 최고속도를 볼 때 지난 7월 발사한 화성-18형과 유사하다. 비행 면에서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화성-18형은 2월 북한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신형 ICBM이다. 정각 발사 시 사거리가 1만3000~1만5000㎞에 달한다. 고체연료 ICBM은 액체연료보다 운반과 투입·보관이 쉬워 사전 탐지가 까다롭다. 북한이 세 차례에 걸쳐 화성-18형을 발사한 것은 전력화의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 센터장은 “북한은 액체연료 ICBM인 화성-17형도 다섯 번가량 쏘며 성능을 검증했다”며 “고체연료 추진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7월 화성-18형 발사 후 “시험발사를 통해 기술적 신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한 바 있다.전날 SRBM 발사에 이어 ICBM까지 쏜 것은 한·미의 대북 압박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한·미는 지난 15일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에서 내년 8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에서 핵 작전 연습을 하기로 합의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내년에도 미 대선을 앞두고 정찰위성, 고체연료 미사일, 정상 각도 ICBM 등 발사로 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일 안보실장 “안보리 결의 위반”

군 당국은 미·일과의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를 통해 이번 도발을 사전 감지해 추적·감시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은 “한·미·일은 공동 탐지 및 추적할 수 있는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고, 발사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경보 정보는 한·미·일 3자 간 긴밀하게 공유됐다”고 전했다. 군 소식통은 “한·미·일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도 최종 검증 단계”라며 “실시간 정보 공유까지 이뤄지면 미사일 탐지 시간이 줄어들고 유사시 발사원점 타격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이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의 보고를 받고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굳건히 유지하고 한·미·일의 공동 대응을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한·미·일 3국 안보실장은 유선 통화를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